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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레이서 - 뻔한 이야기를 감추는 비주얼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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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쇼스키 형제 (또는 남매) 감독의 신작, 제작비 3억 달러, 가수 비(정지훈)의 할리우드 데뷔작' 등으로 제작단계에서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스피드 레이서]가 뚜껑을 엽니다. 결론적으로 비주얼의 혁신은 놀랍지만 내용의 충실성이나 깊이 측면에서는 [매트릭스]를 염두에 두고 계신 분들이라면 실망이 클 것 같네요. 한마디로 '애들 보기 딱 좋은' 영화이거든요. 애들 보기 딱 좋은 영화라면 비주얼이나 화면을 좀 허접하게 만들어도 되는데 너무 과하게 오버한 것 같습니다. 요즘 지상파 TV에서 광고 노출이 가장 많은 영화같은데 세계적으로 쓰는 홍보 마케팅비가 8백억 원이랍니다.

주인공 스피드 레이서(에밀 허쉬)의 아버지 팝스 레이서(존 굿맨)는 거대 자동차 기업을 박차고 뛰어나와 그만의 작업장에서 레이싱카를 만들고 팀을 꾸려갑니다. 스피드의 우상이었던 형 렉스 역시 천재적인 레이서였지만 레이싱 대회에서 의문의 폭발사고로 목숨을 잃습니다. 스피드는 이런 혈통 속에서 아버지가 설계한 '마하5'를 타고 형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대회에 출전하고 경이로운 실력으로 우승하게 됩니다. 다국적 거대기업 '로얄튼'의 총수가 거액을 제시하며 스카우트를 제안하는데 가장 큰 대회인 그랑프리 대회 우승을 위해서 모든 것을 갖춰놓았지만 스피드는 이 제안을 뿌리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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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로얄튼은 애들을 풀어 대회에서 스피드를 제거할 음모를 꾸미는데 스피드는 아버지의 소망과 형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꼭 대회 우승을 해야 하는데 레이싱 대회를 둘러싼 추악한 음모를 수사하는 수사관과 정체불명이지만 왠지 정의의 편에 선 것 같은 레이서 엑스(매튜 폭스)와 최근 로얄튼과 사이가 좋지 않은 토고칸 모터스의 아들이자 레이서인 태조(정지훈)와 연합전선을 펴기로 하고 대회 준비를 합니다.

감독 본인들이 어릴 적 일본 애니메이션 '마하 고고고'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도 1970년대 당시 잘나가던 민영방송 TBC에서 '달려라 번개호'라는 이름으로 방영돼 많은 인기를 얻은 바 있습니다. (TBC는 지방에는 나오지 않았던 관계로 저는 보지 못했고 아버지가 사다 주신 만화 주제곡 모음 음반을 통해 주제곡만 들어봤습니다.) 동심으로 돌아가 3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펑펑 써가며 맘껏 찍었다는 인상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경주 장면도 우리가 실제 세계에서 보는 타원형 트랙이나 2차원적 구불구불 트랙이 아니라 360도 회전하거나 뒤틀리며 날아가는 롤러코스터 같은 트랙을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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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구불, 저리 구불 돌아나가며 점프하고 날아가는 장난감 자동차와 트랙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복잡한 D 난이도의 트랙을 달리는 것도 어려울 텐데 대회 참가한 차들은 각종 불법 무기로 서로를 해치우려는 배틀까지 가미하는 고 난이도의 경주 장면들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훌륭하게 구현했습니다. (보는 본인은 어지러웠습니다.)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실사 영화인지 애니메이션인지 경계가 불분명한 영상과 색채입니다. 각종 묘기가 난무하는 경주 장면은 모두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했고 레이서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그린 스크린 앞에 놓인 시뮬레이터 같은 조종석에 앉아 연기를 했다고 합니다. 또 소니에서 나온 F-23 HD라는 카메라를 사용해 찍은 첫 영화로 채도를 정상수준 이상으로 극단적으로 끌어올려 독특한 색감을 보여준다고 하네요. 경주 장면의 현란함뿐 아니라 화려하다 못해 알록달록한 색감 때문에 초반에는 멀미가 날 지경이었는데 점차 적응이 되더군요. (어릴적 할머니를 따라 들어가봤던 무당집의 경험이 생각나더군요.) [아담스 패밀리]에서 독특한 분위기를 갖춘 아역 연기를 선보였던 그리스티나 리치가 스피드의 여자 친구로 나와 깜찍한 연기를 선보이고 자칫 황당해지기 쉬운 이야기의 중심은 스피드의 부모를 연기한 존 굿맨과 수잔 서랜든이 잡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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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를 연상시키는 듯 한 화려한 색채가 특징인 [스피드 레이서]는 워쇼스키 형제(또는 남매)에게는 매트릭스의 무거움을 벗어던지고 신명나는 굿을 한판 벌인 것 같네요. 일본 아니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한 이야기가 철학적인 영역의 담론으로까지 확대될 만큼 풍부한 내용과 깊이를 갖추며 영상 기술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혁신을 이룩했던 [매트릭스]시리즈를 능가하는 작품은 아닌 것 같고, 애들 보면 딱 좋은 수준인데, 영상 기술 측면의 새로운 시도들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의 비를 비롯해 한중일 배우들이 골고루 출연하는데 아시아 시장 공략용 캐스팅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렵더군요.)

(* 경주 도중 충돌이나 폭발이 일어나면 레이서 몸 주변에 계란이나 공처럼 거품이 감싸져서 생명을 보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1993년 영화 [데몰리션 맨]에도 그와 비슷한 안전장치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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