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수입과 대운하 건설. 이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논쟁만 무성하고,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쇠고기와 대운하는 결론이 나지 않아도 그만인 논쟁이 아닙니다. 대재앙을 불러 올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싸우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쪽이 옳다면, 다른 쪽은 틀릴 수밖에 없는 논쟁이기도 합니다. 오늘 뉴스비평은 이 논쟁들을 지난 주 언론이 어떻게 다루었는가를 살펴봅니다.
4월 25일 SBS 8시뉴스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문제와 관련하여 모처럼 명쾌하게 분석했습니다. 뉴스는 먼저 정부의 주장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지금까지 광우병은 99%가 30개월 이상 된 소에서 발견되었다. 광우병 위험물질이 많은 부위는 머리뼈, 등뼈, 소장의 끝부분 등 7곳이다. 정부는 30개월 이상 된 소의 위험부위에 대한 수입제한을 유지함으로써 검역을 통해 위험물질을 걸러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뉴스는 이어 정부 주장을 뒤집을 수 있는 자료로 정부자체의 내부 보고서를 제시했습니다. “미국 내에서 사육되는 소들 가운데 나이 감별이 가능한 것은 많아야 20%정도”라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광우병 위험부위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수입을 금지한 30개월 이상의 소에서 나온 것인지 아닌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정부도 알고 있는 셈이라는 것이 이날 뉴스의 분석 내용이었습니다. 뉴스는 미국인은 이런 부위를 먹지 않기 때문에 수요가 있는 한국이 타겟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SBS 뉴스는 정부가 광우병 위험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며, 그 허점은 무엇인지를 분명히 짚었습니다. 이날 뉴스는 미국 소가 위험하다는 주장과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을 단순히 대비시키기만 했던 이전의 보도에 비해 분명히 한걸음 나아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기사의 결론은 종래의 뉴스에서 흔히 발견되던 것처럼 애매모호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 개방되면 광우병 위험이 얼마나 있는지, 좋아하는 소머리 국밥이나 곱창을 계속 먹어도 되는지, 정부의 명확한 설명은 없고,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는 것입니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정부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는 광우병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정부의 내부 보고서는 광우병 위험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뉴스는 이제 명확한 설명을 정부쪽에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스스로 논쟁을 정리해 나가야 합니다. “소머리 국밥이나 곱창을 먹지 말라”는 식의 확실한 정부 발표가 나오지 않아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한다는 결론 속에서는 언론의 적극적인 역할이 설자리가 없습니다. 국민을 더 혼란스럽게 하는 쪽은 정부라기보다는 오히려 언론입니다.
대운하 건설에 대한 여론조사나 언론이 보도하는 전문가들의 논쟁은 운하 건설 반대론이 우세합니다. 문제는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운하건설을 반대하는 이른바 ‘전문가’들은 진짜 전문가들이 아니며, 이들에 의해 왜곡된 여론은 운하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면 찬성 쪽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정부가 운하건설을 강행한다는 것인지, 하지 않는다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아 국민들은 참으로 혼란스럽습니다.
4월 28일 SBS 8시뉴스가 보도한 국토해양부의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업무보고는 운하건설을 둘러싼 정부 내부의 혼선을 드러냈습니다. 4월 17일 청와대 관계자가 대운하 사업을 연내에 추진하지 않기로 하고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한 것과는 달리 이날 정종환 장관은 “사업 연기란 말은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여야 의원들로부터 추진 방침의 혼선에 대해 추궁을 당한 정 장관은 “여론을 수렴해 추진한다는 정부 입장에 변한 게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SBS 뉴스는 이해할 수 없는 정부 내부의 혼선에 대한 국회 논의를 그저 소개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여론을 수렴해 추진한다는 정부 입장에 대한 사람들의 해석은 두 갈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의 반대여론을 정부가 여론으로 인정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사업의 보류냐, 강행이냐가 갈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부 내부에서 혼선이 일어나고 있는 판에 사업추진 여부를 언론이 분명히 전망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러나 대운하 사업에 대해 청와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한나라당의 입장이 엇갈릴 뿐만 아니라 청와대 내부에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을 짚어주고 그 의미를 분석하는 것은 지금 뉴스가 해야 할 일입니다. 뉴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아니라면서 사업 반대론을 평가절하하고 있는 정부의 주장을 단순히 전달만하는 것으로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반대론자들이 전문가가 아니라는 정부의 주장은 타당한가, 타당하다면 전문가들은 누구이며 그들의 의견은 무엇인가를 먼저 추적해야 합니다. 찬성론과 반대론에 대해서도 이들의 주장을 나란히 세우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가야 합니다. 찬성론과 반대론의 허점을 짚어주고, 평행선을 긋고 있는 논쟁에 대해 시청자들이 의견을 정하는데 참고가 되도록 이 논쟁을 정리해 내야 합니다.
쇠고기 논쟁의 결론을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 뉴스가 정리해야 할 주장들이 있습니다. 우선 세계 96개 나라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는 주장과 세계에서 30개월 이상 된 소의 고기를 수입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반론을 정리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쇠고기 잘 먹고 온 사람들이 왜 한국에서는 야단들이냐 하는 주장과 미국인들이 먹는 소와 수출하는 소는 사육과정이 다르다는 반론도 정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