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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챙긴 이건희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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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핵심 실세들과 함께 경영일선에서 동반 퇴진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특검수사까지 받게 된 삼성그룹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선택이다. 21년 동안 삼성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는데 중요한 경영적 판단을 한 구심점이 없어지게 됐다는 우려도 있고, 경영권 세습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알맹이 빠진 쇄신책" 이라는 비판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나가는 사람 뒷 다리를 잡는 풍조' 때문에 우리 경제 규모의 1/6이나 담당하고 있는 삼성그룹이 흔들리게 됐다고 탄식하는 쪽도 있다.

이런 가치 판단이 개입된 논쟁적인 주장을 뒤로 한 채 순수하게 '팩트(fact)'만으로 삼성의 쇄신안을 들여다 보면 이건희 회장은 경영일선 후퇴라는 아픔을 감수한 채 지배구조의 골치아픈 부분을 해결하는 실리를 챙겼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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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에 대한 사회적 비판은 경영을 잘못했다는 쪽보다는 세금을 덜 내고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씨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겨주려는 '꼼수'를 뒀기때문이다. 이번 특검수사에서는 물론 법정에서도 어느 정도 불법성이 인정된 이른바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방식으로 총수일가가 소수의 지분으로 그룹을 장악해 온 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나 특검수사 전부터 사실 삼성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17대 국회에서 통과시킨 금산법 제 24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금융기관이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5% 이상 초과보유 할 수 없고 만약 보유하고 있다면 이 법이 시행된 2006년 이후 5년 내에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에버랜드 지분을 25.6%나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인 삼성카드는 지분을 21% 이상 정리해야 했고 이럴경우 위에 설명한 순환출자 방식을 통한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뭔가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또하나의 고민은 삼성생명의 상장이었다. 생명보험 회사의 상장이 허용돼 삼성생명이 상장될 경우 주주들은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문제는 삼성생명의 지분 19.3%를 보유한 최대주주 에버랜드 자산이 얼마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현행법으로는 금융계열사 지분이 총 자산의 50% 이상이 되면 금융지주회사로 분류돼 모회사 뿐 아니라 자회사도 비금융계열사를 지배할 수 없게 된다. 다시말해 장외가로 70만원 정도 하는 삼성생명 주식이 상장되면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가 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을 팔아야하고 삼성전자라는 그룹 최대 기업의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어 삼성생명의 상장을 섣불리 추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돌파구가 아이러니하게 특검수사를 통해 나왔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이건희 회장의 차명주식 2조 3천억원에 대해서는 조세포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려줬기때문이다. 이 차명주식을 이건희 회장 이름으로 실명화하면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은 16.2%가 돼 단숨에 삼성생명의 2대 주주가 된다.  19.3%를 보유한 에버랜드가 주식을 4% 정도만 팔면 이 회장이 최대주주가 돼 에버랜드 지분과 합칠 경우 안정적으로 삼성생명의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 그것도 떳떳하게 말이다.

이쯤에서 삼성이 발표한 쇄신안 가운데 지배구조와 관련된 부분을 보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다.

<삼성 쇄신안 주요 내용>

"조세포탈에 해당되지 않는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차명주식은 이 회장 명의로 실명화할 것이다."

"일각에서 요구하는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20조원이 들고 경영권에 부담으로 작용해 지주회사 문제는 시간을 두고 검토하기로 했다"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21%는 매각할 것이다" -이학수 삼성전략기회실장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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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대로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한다. 그러니까 현재 삼성전자의 지분 7.23%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이 12.79%나 주식을 더 사야하는데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90여조원이니까 20조는 있어야 된다. 그 보다는 이건희 회장이 차명부분을 실명화 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된 뒤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

특히 최근 입법예고한 보험지주회사법이 통과되면 굳이 지분 30%를 보유하지 않더라도 순환출자 해소를 비롯해 계열사간 출자구조를 단순 투명하게만 하면 지금 지분인 7.23%로도 삼성생명이 보험지주회사가 돼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다. 이를 위해 어차피 금산법때문에 5년 내에 팔아야 하는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21%를 팔아 순환 출자를 해소하겠다.

이렇게 하면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지배구조를 단순화 할 수 있게 되고 이건희 회장 일가가 45.6% 지분으로 에버랜드를 지배하고 이건희 회장(16.2%-차명주식 전환분)과 에버랜드 지분 19.3%로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다시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다.

결국 이건희 회장은 자신이 애써 일궈온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의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지만 대주주로서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 그룹의 고민이던 지배구조의 돌파구를 '합법적' 으로 열 수 있게 됐다. 또 시간이 지나 "주주와 국민, 회사직원이 이재용씨로의 승계를 인정하는 성과가 나올 경우" 현행 지분대로 상속세를 내고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를 물려 줄 수도 있게 된다. 물론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번 조치로 삼성그룹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한 풀 꺾일 수 있고 이를통해 필요한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일선 사퇴가 삼성그룹의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지 지켜봐야겠지만 이건희 회장은 자신이 물러나는 승부수를 던짐을 통해 위기도 돌파하고 실리도 챙기는 결과를 얻게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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