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대학로에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보러 갔다가 극장 출입문 앞에서 장유정씨와 마주쳤습니다.
뮤지컬 좋아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장유정 씨는 <김종욱 찾기>와 <오!당신이 잠든 사이>로 유명해진 작가입니다.
이런 장 씨를 요즘 신문기사들에서는 '뮤지컬계의 블루칩'이라고 부릅니다.
"극작가에 블루칩이 웬말이냐? 어울리냐?" 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누군가 처음 명명한 이래 서로들 베껴쓰고 있더군요.
<형제는 용감했다>는 장유정씨가 극본을 쓰고 연출도 한 최신작입니다.
저는 장유정 씨를 <형제는...>프레스 리허설때 처음 보고 직접 본 건 겨우 두 번째라 갑작스럽게 눈이 딱 마주쳐서는 '누구지? 아는 사람같은데...'하며 일단 인사를 함과 거의 동시에 '장유정 씨구나' 깨달았습니다.(왜 이럴 때 있잖아요)
공연 반응은 괜찮다고 들었는데 장 씨는 좀 피곤해보였습니다. 약간 야윈 것도 같구요.
또 마치 엄마처럼 초등생이 될까말까할 한 여자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제 딸 아니에요"하더라구요.^^
나중에 공연을 보고 나와 극장 근처 고깃집에서 소주 한 잔 하고 있는데 한 여배우가 그 아이를 업고 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 배우 딸이었나 봅니다.
의혹이 100% 해소된 건 아니지만^^ 속으로 웃었습니다.
지금까지 장유정씨가 하는 작품마다 흥행도 괜찮았고, 평가도 좋았습니다.
두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죠. 저도 <김종욱 찾기>를 인상깊게 봤구요.
이번 <형제는 용감했다>도 흥미롭긴 했는데, 정극과 코믹이 썩 잘 '붙는다'는 느낌까진 들지 않았습니다.
음악도 귀에 감기는 노래가 서 너 곡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넘버의 전체적인 톤을 조절하는데는 다소 미흡하지 않았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흥행과 비평, 둘 다에 대한 부담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기 일보직전까지 잘 좇아왔는데, 거기서 딱 멈춰버린 느낌이랄까.
저만의 비약일지 모르지만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장유정 씨의 다소 야위고 까칠해진 얼굴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공연 팸플릿을 펴보다가 아래와 같은 장유정 씨의 '작·연출의 변'에 공감해 여기 옮겨적어 봅니다.
.....(전략) 뮤지컬계의 블루칩이라고 신문에 나오기까지 한다.그런데 어째 나는 헛헛한 기분이다. 여행이 일이 되고 방랑이 시간 낭비가 되더니 자유는 빈약해지고 갈망은 혼탁해졌다.성공하면 실패하기 싫고 사랑을 손에 쥐면 놓치기 싫은 법이라던데 웬일인지 나는 매일 밤 다 버리고 도망치는 꿈을 꿨다. 그랬다. 언제부턴가 나는 "기대치"라는 거대한 괴물과 마주하고 있었다. 의연한 척 했지만 실은 그게 나를 통째로 삼켜 버릴까 봐 무서웠다. 배우들이 점심을 먹을 나간 사이, 빈 연습실에서 혼자 되뇌었다. "자유로워라. 욕심을 버려라. 실패를 두려워 마라." 대체 무엇에 대한 방어란 말인가? 적은 배우도 스텝도 제작사도 아닌 바로 나였다. (후략).....
저는 '갈망은 혼탁해졌다'라는 대목에서 '흠칫'했는데, 여러분은 어떠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