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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쿨'한 천재의 영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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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즌이 시작됩니다. [인디아나 존스2]는 존 윌리엄스의 주제곡이 흐르는 예고편만으로 가슴을 벌렁거리게 만들고, 가수 비의 할리우드 데뷔작이자 [매트릭스] 시리즈로 유명한 워쇼스키 남매의 [스피드 레이서]도 나름 기대되는 가운데 1번 타자로 등장하는 [아이언맨]은 예고편을 본 단계에서는 별로 끌리지 않더군요. 제목만 들어봤음직하고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안 가는데다 알록달록 원색으로 칠해진 마블 코믹스를 토대로 또 그렇고 그런 영화-허술한 줄거리와 따로 노는 액션이 조합된 허황된 영웅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본편을 보니 기대를 많이 갖지 않아서 그런지 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할리우드 영화가 점점 무서워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쪽 동네도 스타들 불러모아놓고 대충 찍으면 나름대로 괜찮은 흥행을 거두던 시대와 이별을 고하고 호주, 유럽은 물론 중국, 한국 등 아시아권의 배우, 감독들을 흡수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통하는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어 이와 대결해야하는 한국영화들은 앞으로 더욱 힘겨운 경쟁을 예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똑같이 열정과 땀을 쏟으며 심혈을 기울여 만든다면 시스템과 자본이 풍부한 할리우드가 항상 '우승 예상마'로 점쳐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아이언맨]은 [슈퍼맨], [액스맨] 등으로 영화계에 대박의 원천을 제공해왔던 마블이 직접 제작을 맡은 첫 번째 영화입니다. 그런 만큼 각 분야 스탭들도 최고로 구성하는 등 모든 노력을 쏟아 부었을 테고 그 결과물은 스크린에 적절하게 효과적으로 구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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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버지의 친구이자 동업자(제프 브리지스)와 함께 꾸려가는 무기제조 사업이 승승장구하며 남부러울 것 없는 정도가 아니라, 남들이 부러워서 침을 질질 흘릴만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신무기 시범을 보이고 돌아오는 길에 무장 게릴라들의 공격을 받아 가슴에 상처를 입고 억류됩니다. MIT 최연소 수석 졸업의 실력으로 똑같은 신무기를 만들어내라는 게릴라들의 요구에 뚝딱뚝딱 미사일 만드는 척하며 실제로는 철갑수트를 만들어내 탈출에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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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의 세력을 제거하고 평화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살아왔던 토니는 자신이 만든 무기가 게릴라들 손에 들어가 미군 병사들을 죽이는데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무기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지만 동업자와 이사회 멤버들은 반발합니다. 토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첨단 장비의 도움을 받아 실용뿐 아니라 디자인 개념까지 가미한 한층 업그레이드된 철갑수트를 제작에 들어갑니다.

 다른 미국 영웅담과 비교해서 가장 큰 차별점은 주인공이 ‘쿨’하다는 점입니다. 출생의 비밀이나 성장과정의 아픔 등으로 활발한 활약을 펼치는 중간 중간 심각한 고뇌에 빠져 보는 이로 하여금 혀를 차게 만들며 다음 액션은 언제 나오나 하며 시계를 들여다보거나 몸을 뒤트는 동작이 불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한 가지는 우연한 사고나 출생에 의해, 즉 자기 의지와는 무관하게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유 의지에 의해 영웅으로 변신한다는데 있습니다. ‘죽음의 상인’으로 불리는 무기제조업자가 개과천선한다는 점도 “할리우드 많이 컸구나.”하는 덕담을 던져주고 싶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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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가 차에 타려는데 귀찮게 따라붙으며 질문하는 여기자에 대해 비서가 제공하는 유용한(?) 정보라든지, 납치에서 돌아오자마자 치즈버거를 간절하게 찾는 모습 등 곳곳에 포진한 유머 코드도 적절하게 섞여있습니다. 딱 한대만 가진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은 최고급 스포츠가가 서너 대가 보관된 첨단 차고에서 전 공정 자동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빨간색 철갑수트, 그걸 또 첨단방식으로 착용한 뒤 말리부의 밤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은 모든 소년들의 로망일 테죠. 그동안 예술성 높은 작품에서 주로 활동하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마약 중독을 훌륭하게 극복한데 이어 블록버스터 데뷔도 성공적으로 이뤘다는 평을 들을만틈 매력적인 캐릭터를 잘 연기합니다.

 명배우 기네스 펠트로가 토니의 비서 페퍼로 나와 너무나 헌신적인 비서란 이것이다라고 직접 보여주는 모습이 어떻게 캐스팅했을까 당황스러울 정도로 자연스럽고, 왕년에 뭇 여성들의 핑크빛 선망의 눈길과 저같은 찌질이 남성들의 질투를 한 몸에 받았던 제프 브리지스가 이번에는 머리를 훌떡 밀고 조연으로 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관객의 눈높이를 극한까지 밀어 올리겠다는 야심으로 가득차 갈수록 영리해지고 진화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올한해 우리나라 극장가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궁금해집니다.

(* [트랜스포머]의 경우 등장 로봇이 많아 어느 로봇이 우리편이고 어느 것이 나쁜 놈인지 멀미가 날 지경이었는데, [아이언맨]은 '스뎅'로봇 단 둘이 대결을 펼치니 보기에 무리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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