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 삼성전자'를 외치는 일본의 경쟁업체들이 특검 수사 결과로 위기에 몰린 삼성의 시련을 은근히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 내줬던 세계 시장에서의 지위를 탈환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보고 있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8일 일본의 경쟁업체들로서는 삼성전자에 맞서 지난 2~3년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대항 태세를 갖춰왔기 때문에 삼성이 이번 수사 결과 등으로 주춤거릴 경우 세계시장 점유를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삼성 그룹의 총수인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대거 불구속 기소됨에 따라 중핵 기업인 삼성전자의 성장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져 디지털 제품 및 부품을 둘러싼 세계시장의 판도에도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총수의 구속은 피했지만 삼성전자가 작년까지 3년 연속 이익이 감소하는 등 중대한 기로에 서있는 최악의 시점에서 닥친 사태로 새로운 경영전략 마련에 전념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공판에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 전반에 반도체메모리 사업에 집중 투자해 일본 기업들로부터 시장을 뺏은 데 이어 거기서 얻은 막대한 이익으로 액정패널과 평판TV 등으로 확 대, 각각의 분야에서 일본 기업들을 잇달아 제치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본 기업들로서는 세계시장에서 삼성을 타도하고 빼앗겼던 시장을 되찾는 것은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
이런 가운데 터져나온 삼성전자의 불행은 일본내 경쟁업 체들에게는 만회할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의 엘피다 메모리는 PC에 장착하는 D램 반도체 분야에서 오는 2010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목표로 대만에 총 1조6천억엔(약 16조원)을 투입, 합작 공장을 4개나 건설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엘피다의 지난해 세계 D램시장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12.2%로 삼성전자의 27.8 %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2006년에 비해서는 삼성이 후퇴한 반면 엘피다는 1.8% 포인트가 증가하는 등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중이다.
또 도시바는 휴대음악플레이어 등에 쓰이는 NAND형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을 추월하기 위해 금년 2월 미국 기업과 공동으로 약 1조7천억엔을 투입, 국내에 2개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 부문 점유율은 삼성이 42.1%인데 비해 도시바는 27.5%다.
그러나 2006년에 비해서는 삼성이 3.3% 포인트 줄고 도시바가 1.4% 포인트 늘어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액정패널(LCD) 분야에서 일본내 선두 기업인 샤프는 3천800억엔을 들여 오사카( 大阪)부 사카이(堺)시에 새 공장을 짓고 있어 2, 3년 후에는 액정TV용 패널 시장에서 세계 점유율을 30% 선으로 끌어 올린다는 목표다.
이 공장에는 삼성전자의 액정패널 파트너인 소니가 별도의 출자 계획을 발표, 삼성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액정TV에서는 소니와 마쓰시타가 세계 시장에서 삼성과 경합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업계에서는 깨끗한 이미지가 중요한 유럽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이번 사건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이미지가 나빠질 경우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시각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일본내 핵심 부품의 제공 업체나 제조 장치의 중요한 고객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으로 경영이 혼란을 겪을 경우 일본 업체들에게도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