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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성 없이 '말'로만 약속, 법적 구속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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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과 말로써 약속을 했더라도 그 말에 '언제, 어떻게' 등에 대한 구체성이 없다면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4부(이광범 부장판사)는 숨진 김 모 씨의 모친과 형제 등이 "생전에 약정한 대로 몰래 혼자 취득한 상속재산을 배분해 달라"며 김 씨 아내와 자식들을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김 씨는 1974년 아버지의 사망으로 인천 소재 416㎡ 토지를 모친 및 5명의 다른 형제들과 공동으로 상속했으나, 1995년 다른 형제들과 상의없이 자신의 명의로 등기를 마친 뒤 1억2천만원에 이를 팔았다.

2005년 4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형제들은 상속재산 분배를 요구했고, 김 씨가 간암으로 입원 중이던 2005년 5월 김 씨가 형제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듯한 말과 태도를 보이자 형제들은 김 씨와의 대화내용을 녹취했다.

"내가 공증을 써서라도 땅값을 똑같이 나눠서 주든지 할 테니깐 그냥 놔둬…어차피 (다른 사람한테) 넘어간 것이니깐 변상조치는 해주겠다고 구두약속을 했으니깐 그렇게 알고 있어"라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김 씨는 그러나 3일만에 사망했고, 형제들은 상속인인 김 씨 자녀들에게 녹취 내용을 근거로 상속재산이나 대금의 분배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녹취록이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고, 김 씨가 금전으로 보상하겠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기 때문에 원고들에게 토지 매매대금으로 받은 돈 중 일부를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은 "김 씨가 토지 대금을 배분하겠다는 의사가 표시됐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김 씨 진술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면서 병원에서 퇴원할 경우 대금을 분배하는 등 도리에 맞는 조치를 취할 테니 더 이상 따지지 말고 자신에게 맡겨 달라는 의사를 표시한 정도로, 원고들 주장처럼 김 씨가 구체적 배분 약정을 통해 법률상 채무를 부담할 것을 표시했다고까지는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김 씨가 이런 의사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사망한 상태에서 법원이 구체성이 부족한 김 씨 의사를 스스로 적당하다고 인정하는 내용으로 보충해 법률적 구속력을 부여함으로써 판결로 피고들에게 해당 금액의 지급을 명할 수 있다는 1심 판결의 결론에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이 사건의 성격상 판결에 의한 분쟁의 해결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5차례에 걸쳐 조정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자 "피고들은 이번 판결로 항소 목적을 이루겠지만 아버지를 잃은 데 이어 할머니와 친척들까지 잃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안타까움을 판결문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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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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