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4.9총선'을 통해 과반을 달성하면서 새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 등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여 물밑에서 이뤄지던 노정간 신경전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노동계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놓고 힘겨루기에 나서는 것을 시작으로 산별교섭과 비정규직 문제, 복수노조 허용,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 등을 놓고 잇따라 갈등을 빚을 전망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주창하고 있는 새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노총은 물론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맺은 한국노총도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어 노사정간 파열음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 노동계 '투쟁 동력' 확보 나서 = 13일 노동계에 따르면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0일부터 노동계의 임단투가 집중되는 6월말과 7월을 대비, 조직력과 투쟁력 강화 차원에서 산별대장정에 나섰다.
이 위원장은 '친기업 반노동 시장화 반대 및 사회공공성 강화' 등을 기치로 내걸고 5월말까지 산별대장정을 통해 총연맹과 산별노조, 단위사업장간의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해 총력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내부적으로 이 위원장의 산별대장정 등을 통해 조직 내부의 결속력을 다지는 동시에 외부적으로는 공기업 민영화 등의 부당성을 알리는 대국민 선전전에 나설 계획이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새 정부가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친기업적인 법.제도 개편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조직 안팎의 힘을 모아 6월말, 7월에 총력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지난 2일 '공공부문 대책기구' 출범식을 열고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및 구조조정 방침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공기업 민영화 '첫 불씨' = 새 정부가 과반 의석 확보를 계기로 공기업 민영화에 적극 나선다는 입장이어서 공공부문 개혁이 올해 노정 관계 설정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 민영화 부분에 대해서는 민주노총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과 정책 연대를 맺고 있는 한국노총도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노정간 힘겨루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3월 7개 산하 산별노조가 참여하는 `공공부문 시장화.사유화 저지 공공부문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설치하고 일찌감치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 투쟁에 나서고 있다.
7개 산별노조에는 공공운수연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보건의료노조, 사무금융노조, 언론노조, 전국공무원노조, 대학노조 등이 포함돼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공공부문 시장화와 사유화 정책은 자본의 무분별한 자유를 보장하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5월1일 노동절을 계기로 본격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노총도 최근 출범한 공공부문 대책기구를 통해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및 구조조정 방침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책연대 파트너인 한나라당 등과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지만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 개별 현안에 대해서는 필요할 경우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내겠다는 것이 한국노총측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정책은 국가 경제의 미래와 국민 생활의 필수 기본 인프라 구축에 대한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노동계의 정당한 요구사항들을 외면할 경우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 한미 FTA.산별교섭.비정규직 '뜨거운 감자' =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함께 올해 노동계를 뜨겁게 달굴 이슈로는 산별교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정규직 문제,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이 꼽히고 있다.
올해 하투(夏鬪)와 직결될 것으로 전망되는 산별교섭은 교섭 진행방식을 놓고 노사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내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4사는 중앙 산별교섭 개최를 위해 노사공동 산별교섭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교섭 진행방식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속노조측은 현재 중앙교섭 타결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부.지회별 교섭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이중교섭과 이중파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산별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또 15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기간 논의될 한미 FTA비준 문제도 노정간 갈등을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노동계가 한미 FTA 저지를 위해 지난해처럼 파업에 들어갈 경우 새 정부는 FTA 관련 파업을 근로조건 개선과 관계없는 정치.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파업 관련자 구속 등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 노정간 물리적 충돌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7월부터 100인 이상~299인 이하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는 비정규직법 개선 문제, 노사관계 선진화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꼽히는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필수공익사업장의 필수유지업무 범위 조정,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권 보장 등도 노정간 주요 갈등 요인들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노정간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힘의 우위를 얻었더라도 절차적으로 필요한 협의 과정을 거친 뒤에 각종 현안들을 추진해야 한다"며 "노동계도 국민의 정서와 요구를 반영하는 노동운동을 펼쳐야 여론의 역풍을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