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성(性)감별 고지를 금지한 의료법 위헌소송의 공개변론이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려 청구인측과 보건복지가족부가 열띤 공방을 벌였다.
청구인측은 성감별 고지조항이 낙태로 인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 성비 불균형을 막기 위해 1987년 제정됐지만 21년이 지나 남아선호사상이 퇴색하고 남녀성비가 자연성비에 근접한 지금 상황에는 맞지 않아 위헌 또는 임신 28주 이후에는 성별을 알려 주도록 헌법불합치 결정을 주장했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의 성비는 각각 여아 100명 당 남아 105.6명, 106명 수준으로 자연성비(105.8명)에 도달했고, 셋째 아이의 비율도 1994년에는 100명 당 202명으로 남아선호사상이 심각했지만 2006년 121명까지 급속히 줄었다.
또 전국적으로 연간 34만건의 낙태가 이뤄지는데 90% 이상이 사회ㆍ경제적 이유 때문이라서 성감별 고지 금지조항이 낙태예방에 아무 효과가 없고, 형법상 낙태죄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음에도 적발 건수가 희박하다고 청구인측 대리인과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병원에서 '분홍 옷을 준비하세요', '장군감이네요'라는 말로 성감별이 사실상 이뤄지고 있고, 여성의 결혼지참금 문제가 있는 인도를 제외한 대다수의 국가, 특히 성비불균형이 심각한 중국조차 성감별을 허용하는 점도 위헌근거로 제시됐다.
박상훈 변호사는 "삼국사기를 보면 주몽도 태아의 성별을 궁금해 하며 아들을 낳으면 유물을 갖고 찾아오라고 한다"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는 태아의 성별을 알고 싶어하는데, 낙태의 위험성이 현저히 줄어드는 임신 말기에도 무조건 알려주지 않는 것은 행복추구권 위반"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건복지가족부 곽명섭 사무관은 "한 해 34만건의 낙태 중 최소 2천500건이 성감별에 따른 행위로 추정되는데, 만약 성감별이 합법화된다면 얼마나 많은 태아가 사라질지 모른다"며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태아를 국가와 사회는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합헌의견을 냈다.
그는 "태아 성별에 대한 부모의 알권리는 일종의 호기심에서 나온 것인데 이것을 태아의 생존권과 비교할 수 있는가"라며 "셋째 아이의 남녀 성비가 여아 100명당 남아 121명이라는 것은 여전히 선택적 출산이 이뤄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족부 참고인인 박상은 샘 안양병원의료원장은 "성감별로 인한 낙태는 통계보다 훨씬 많다. 28주 이후에는 산모의 위험성이 높아 낙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은 안이한 생각"이라며 "임신말기에도 낙태가 가능하다고 인터넷에 광고를 냈다가 적발된 의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 위헌소송을 낸 산부인과 의사도 임신한 간호조무사한테 태아의 성별을 알려줬는데, 결국 낙태를 하지 않았느냐"며 "태아의 살 권리와 산모의 알권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변호사는 아내가 임신했는데 의사가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지 않자 2004년 5월, B산부인과의사는 성감별 고지로 적발돼 면허정지 처분을 받자 2005년 11월 각각 태아의 성감별 고지를 금지한 구 의료법 제19조의2 제2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