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님이네요", "분홍색 옷 준비하세요"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것은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지만 출산을 앞둔 산모와 가족들은 의사의 이 한 마디에 궁금증이 싹 가신다.
8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태아 성별고지를 금지한 구 의료법 제19조의2 제2항의 위헌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이 10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열린다.
A씨는 2004년 5월 아내가 임신한 뒤 같은 해 12월 의사에게 태아의 성별을 알려 달라고 했지만 의료법을 이유로 거절당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B씨는 2005년 5월 산모에게 태아의 성별을 알려줬다가 적발돼 면허 6개월 정지처분을 받자 행정소송을 냈고 2005년 11월 "의료인의 직업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를 진행해왔으며, 각계각층의 여론수렴이 필요하다고 보고 공개 변론일을 정했다.
A씨는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한 낙태를 방지하기 위해 태아 성별고지 금지조항이 만들어진 것은 알지만 출산을 1∼2달 앞 둔 상태에서는 낙태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음에도 끝까지 알려주지 않는 것은 지나친 기본권 제한"이라고 주장했다.
의사 B씨는 "아들과 딸을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하는 사회적 현상에 비춰 어렵게 임신을 한 부부가 딸이라고 낙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며 "형법상 낙태죄 규정만으로도 낙태방지 목적이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는 입장이 다.
대한의사협회는 "임신기간을 40주로 볼 때 임신 말기의 낙태는 산모의 건강을 해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낙태율도 현저히 줄어든다"며 "유아용품 준비 등을 위한 사전정보 제공차원에서 28주 이후에는 성별을 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해당 조항은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해 태아의 생명권과 임산부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남녀 성비의 심각한 불균형과 같은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므로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해 알권리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서울행정법원도 "성별고지 금지조항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데 입법목적이 있는 반면 산모 등이 입는 피해는 호기심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출산준비에 다소 불편함이 있는 정도라서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에 비춰 위헌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