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마지막 주 일주일간 일정으로 미국 드림웍스 스튜디오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오는 6월 선보이는 드림웍스의 야심작 [쿵푸팬더]의 개봉을 앞두고 드림웍스 내부 공개와 카젠버그 대표와 주요 스텝들 인터뷰를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는데, 드림웍스 측은 [쿵푸팬더] 홍보를 목적으로, 저는 평소 한국 언론에 공개되지 않던 드림웍스를 취재해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보도할 목적이 맞아떨어져 잡아 취재를 하게 됐습니다.
사전 취재 조율과 현지 진행은 드림웍스의 한국 제휴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를 만약 혈혈단신으로 취재하려고 섭외에 들어간다면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민감한 콘텐츠를 다루는 기업인지라 보안이 생명이기 때문이고 미국의 굵직한 여러 매체들 상대하기에도 피곤한데 변방 나라의 언론에 호의적일리가 없기 때문이죠.
드림웍스의 홍보담당 직원 두 명이 취재과정 내내 붙어다니며 촬영 가능한 것과 아닌 것을 엄격히 구분해 알려주고 인터뷰나 촬영시 옆에 바짝 붙어서 내용을 면밀하게 모니터 하더군요. 직원들에게 들으니 가족이나 친지들의 회사 방문이 거의 허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족이나 친지한테도 제한하는데 보고 듣고 가서 매체를 통해 쌍나발을 불어대는 언론에 대해서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북미 이외 지역에서 드림웍스와 그 모회사 격인 파라마운트 영화를 성공시켜준 CJ엔터테인먼트의 노고와 성과,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 덕분에 원하는 사람들과 내부 모습 등 많은 부분을, 충분함을 넘어 넘칠 정도로 취재할 수 있었다는 것이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의 설명이었습니다.
취재내용의 일부는 이미 8시 뉴스를 통해 보도해 드렸고, 또 5월 초에 열리는 디지털포럼에 맞춰 방영되는 '상상력'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후배인 주시평 기자가 제작중인데 그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될 예정입니다.
드림웍스는 1994년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지형을 바꿔보겠다는 야심을 목표로 제프리 카젠버그, 스티븐 스필버그, 데이비드 게펜이 모여 설립한 스튜디오로 많은 작품들을 선보이다가 지난 2005년 파라마운트사에 인수됐습니다. 제가 취재한 곳은 카젠버그가 이끄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슈렉 시리즈 등으로 유명하죠. 슈렉 시리즈 3편으로 전 세계에서 극장 수입만으로 22억 달러 넘게 벌어들여 엄청난 수익을 기록한 콘텐츠 기업이자 문화산업의 선두주자입니다.
(양쪽으로 지나가는 고속도로의 소음 차단과 조경을 위해 곳곳에 만든 분수와 연못)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내, 글렌데일 시에 있는 회사 전경이 독특하더군요.(이곳에 있는 것이 본사이고 자회사인 PDI는 샌프란시스코에 있습니다.) 곳곳에 분수와 연못이 있고 실개천을 따라 산책로도 있고 곳곳에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 등 회사가 아니라 대학교 교정 같았습니다. 실제로도 드림웍스 캠퍼스라고 불린답니다. 이런 경향은 드림웍스의 독창성만은 아니고 구글이나 야후 같은 실리콘 밸리의 선도 기업들이 직원들의 창의력과 자율성을 보장해 최대의 업무효율을 내기 위해 채택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본사 주변으로 프리웨이라고 불리는 고속도로 두개가 지나 차량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곳곳에 분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분수가 내뿜는 물소리가 소음을 상쇄시켜주니까요.
각종 복지혜택과 함께 회사 구내식당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 세끼와 그 외 시간에는 커피와 음료 등을 공짜로 제공합니다. 방문객인 저희들도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맛있는 음식인데다 공짜이니 직원들이 입사하면 남녀 가리지 않고 급격히 체중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있을 정도라고 하네요.
(삼시 세끼 공짜인 구내 식당 모습입니다.)
또 출퇴근 시간이 비교적 자유롭고 업무시간도 엄격하지 않습니다. 맡은 일을 목표한 기간 내에 해내기만 하면 되지 너 왜 늦었냐, 뭐 땜에 일찍 들어가냐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답니다. 요즘에는 많이 완화됐지만 아직까지 상사 눈치 보느라 퇴근시간에 별 할일도 없이 뭉그적대기가 다반사인 우리 환경에서 보면 부럽기까지 하더군요. 근무시간인데도 산책을 하거나 게임 룸에서 오락을 하거나 마당에서 탁구를 치는 직원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요즘에는 탁구 바람이 불어 사내 토너먼트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직원들은 무조건 몰아치고 X뺑이 돌려야 된다는 격언을 대대손손 물려받아온 사람들이 보면 쟤네들이 아주 회사를 말아먹으려고 작정을 했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걔네들이 미쳤겠습니까? 이리저리 검토해서 최대의 효율과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식이라고 결론내고 실행하는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실제로 업무 성과를 엄격하게 평가해 뒤쳐지거나 도태되면 다음 연봉 계약때 감봉 내지는 그동안 즐거웠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고 하니 말 그대로 알아서 일하고 알아서 놀되 그 책임은 본인이 지는 시스템 되겠습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 고양이도 제작과정에서는 이런 모습이네요.)
본격적인 취재에 앞서 시사실에서 [슈렉3]를 모델로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에 대한 간단하지만은 않는 브리핑을 받았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하고 많은 인원이 동원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첨단기술과 수많은 창의적인 인간의 손길, 즉 노동이 집약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림웍스는 상반기와 하반기 1년에 두 편씩 개봉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쿵푸팬더]와 [마다가스카2]가 선보일 예정입니다. 보통 한편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4년 걸립니다. 그러니 취재진에 공개되지 않은 저 구석에서는 이미 2012년에 선보일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