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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필요해? 근거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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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초등학교의 경우.

교장 1명과 교감 2명을 제외하고 58명의 교사가 있다. 3명이 남자다.

남자 교사 1명은 오는 7월,또 1명은 내년에 군대를 가야 한다. 내년에 남자 교사 못 받으면 1명만 남을 판이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의 여교사 비율은 83.1%. 젊은 교사 중에 여교사 비율은 더 높다. 때문에 머지않아 90%대로 진입할 것이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엄마들은 학교에 아우성이다. 우리 애 담임 선생님으로 남자 선생님 좀 배정해 달라고. 왜? 여자 선생님한테만 배우니까 께름칙하다. 남자 아이인데 覇氣도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글쎄... 애들이 공부도 잘 안 하고 돌아다니는 게 '꽉 잡아 주는' 남자 선생님이 없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교장들도 지역 교육청에 아우성이다. 우리 학교에 더 많은 남자 선생님들을 배정해 달라고.

시도교육감들,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 지난해 교육부에 정식으로 건의했다. 교원 임용 때 남자 교사 할당제가 필요하다고. 교육부? 논란의 중심에 함부로 발을 담그지 말라. 여자 교사가 많아서 생기는 영향에 대해 精緻한 연구가 없잖아. 무엇보다 법을 고치는 문제인데 무슨 근거로 할당제를 추진해?

'뺀찌'를 맞은 서울시교육청, 총대를 멘다. 서울교대 교수팀에 연구 용역을 줬다. 지난 2월말, 용역은 완료돼 보고서가 제출됐다.

<용역 보고서 수준이...>

서울시교육청, 용역 보고서 요약본을 공개한다. 그런데 좀... 거시기하다. 주된 내용은 설문조사. 교사 1,056명, 학부모 1,056명, 학생 1,056명이 모집단이다.

먼저 '남자 교원과 여자 교원의 비율이 다소간 균형있게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고 '그렇다'와 '그렇지 않다'는 답 중에 선택하게 한다.

오~놀랍다. 80.1%가 '그렇다'는 답을 택했다. 특히 교사 중에 찬성 비율은 89.5%나 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든다. '교원의 남녀 비율이 균형있게 유지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까?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 위한 바람몰이성,유도성 질문이다.

다음 질문. '교단의 성비 불균형 해소를 위해 남교사 할당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사와 학부모 77.2%가 찬성했다. 역시 놀라운 수치다. 그런데 설문조사의 심각한 결함이 드러난다. 할당제에 관한 한 또 다른 이해 당사자인 교육대학과 사범대학 학생은 물론, 일반 시민, 이익 단체들이 설문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현재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교사, 그리고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학부모의 의견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직 교사는 이 문제에 관한 한 '기득권층'일 수 밖에 없다. 현직 여교사라고 해도 말 안 듣는 학생들 '잡아 주고', 각종 학교 행사와 행정 업무를 나눠 짊어질 수 있는 남자 교사가 필요한 것이다.

용역 보고서는 인정한다. 설문 조사 대상자들이 '언어 영역은 여교사가 잘 가르치고, 수학이나 과학 분야는 남교사가 더 잘 가르친다'거나 '수업 준비와 교과 지도를 남교사가 더 잘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교내 폭력이나 안전 사고' 등 高학년의 생활지도 측면에서 남자 교사가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교사의 61%, 학부모의 54.5%가 찬성했다고 적는다. 그런데 갓 50%를 넘는 비율이 유의미할까? 의심이 든다.

보고서는 '여교사가 지나치게 많은 환경에서 남학생들이 여성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교사는 63.8%, 학부모는 48.4%가 찬성했다고 이어나간다. 어라? 학부모의 절반 이상은 '남학생의 여성화 경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슬쩍 넘어간다. '남학생의 여성화 경향'은 '남자 교사 할당제'를 주장하는 측이 내세우는 중요한 근거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그냥 입 씻을 일은 아닌데도 말이다.

<교단의 여성화, 우리만 문제?>

2006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즉 OECD 국가의 통계를 보자. OECD 국가 평균 여교사의 비율은 초등학교 78.3%, 중학교 64.8%, 고등학교 51.9%이다. 우리나라는 각각이 72.2%, 68.4%, 47.7%.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는 우리보다 이른바 '선진국'의 여교사 비율이 더 높은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만 남자 교사 할당제를 하자가 시끄러운가. 학부모들의 극성, 그리고 근거 없이 여기에 편승한 교육감들 때문은 아닌지.

<남자가 필요하다는 근거가 필요해>

깨진 교실 유리창을 갈아 끼우고, 체육 시간에 두꺼운 매트를 옮기기 위해 남자 교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머리 굵어졌다고 여선생님 말 잘 안 듣는 高학년들 '군기 잡기' 위해서라고 하기에도 약하다.

서울시교육청이 의뢰환 용역 보고서도 스스로 인정했듯이 남자 교사 할당제를 꺼내려면 남교사와 여교사의 차이가 학생들의 학업 성취와 인격 형성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연구가 있어야 한다. 정작 그건 안 하고, 설문조사만 하다니... 그러니까 연구 용역도 잘 맡겨야 하는 것이다.

앞서 보고서에 언급된 내용만 봐도 학업 지도 측면에도 남,녀 교사의 차이, 즉 실력차를 인정하는 응답자가 드물다. 학부모의 과반수는 남학생들의 여성화 경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또 교대 및 사범대 학생, 일반 시민, 이익 단체들의 의견 수렴없이 이렇게 어설픈 설문조사 내용을 대단한 근거인 양 해서는 정말 곤란해진다.

25~40% 할당제로 교대에 입학하는 남학생들, 그런데 또 교원 임용 때 30%까지 할당을 해 준다? 경쟁없이 교직에 들어 온 남자 교사들은 누가 인정해 주나? 어떤 학생이 따를 것인가? 이건 남자들이 먼저 반대를 해야 한다. 쪽팔리니까.

<蛇足>

남자 교사 할당제는 다른 분야에서의 (주로 여성에 대한) 할당제와는 달리 '차별에 대한 是正'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요거 아주 중요한데 '할당제'는 용어 자체가 차별을 시정하는 진보성을 내포하는 듯 비춰지기 때문이다.

할당제? 손쉽고 즉각 효력을 발휘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정책 당국자는 매력을 느끼기 마련이다. 엄마들이 얼마나 아우성인데.. 하지만 남자들이 왜 교직을 외면하나? 교단의 여성화 문제가 심각하다면 할당제를 거론하기 전에 실력 있는 남학생들을 교단으로 불러 들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를 먼저 따져 볼 일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교육학자가 아니라서 잘 모른다. 그런데 이런 지적은 소개하고 마친다.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 중앙대 강태중 교수의 언급.

"혹시 현행 임용 방법이나 절차가 어느 한 측면만 강조하여 평가하기 때문에 여성 교사 편포(할당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게 되는) 사태가 오는 것은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중략) 요컨대 남녀를 불문하고 교원에게 요구되는 모든 직무 수행능력을 제대로 갖춘 교원을 임용하기 위하여 전심전력해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특정 직무는 당연히 남자의 몫이어야 한다고 전제하는 정책 행위는 합리적이지도 못하고 정의롭지도 못할 것입니다.이런 점에서 할당제 주장이나 논의는 현행 교원 임용 양식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 뒤에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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