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떤 아저씨가 잡아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무서워요."
"어른들이 미워요. 혜진이 데려간 범인 아저씨를 혼내줬으면 좋겠어요."
25일 오전 안양 초등생 유괴·살해사건의 피해자인 이혜진(11)양과 우예슬(9)양이 생전 다니던 안양시 명학초등학교에서 이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던 3학년과 5학년생 250여명을 위한 심리치료가 열렸다.
'마음열기와 긴장풀기'라는 제목으로 이뤄진 이날 상담은 우선적으로 5학년 4개반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상담은 학급당 4개조로 나뉘어 교내 도서실과 예절실 등지에서 이뤄졌으며 경기도교육청 소속 전문상담교사 4명이 투입돼 학생들과 1시간가량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이 서서히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어색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아이들은 자신을 '공주'라고 불러달라는 상담교사의 주문에 웃음을 터뜨렸으며 스스로 붙인 별명을 소개하는 시간을 거치며 하나둘씩 숨겨온 감정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혜진이와 예슬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느꼈던 기분'을 묻는 질문에 아이들은 "당황했다", "놀랐다", "무서웠다" 등의 답변을 쏟아냈으며 일부는 "내가 죽는 꿈을 꿨다"거나 "모르는 사람이 차에 강제로 태우는 꿈을 꿨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하자 아이들의 도화지는 온통 검은색과 보라색, 빨간색 등 어둡고 강렬한 색깔로 채워졌으며 등장 인물들은 한결같이 울거나 화가 난 얼굴로 묘사됐다.
이 가운데 여자 얼굴 하나만 덩그러니 그려놓고 가만히 앉아있던 5학년 2반 이유진(11)양은 그림을 설명해달라는 선생님의 주문에 입술을 들썩이다 그만 말보다 먼저 눈물을 쏟아냈다.
죽은 혜진양과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는 유진양은 "혜진이와 친하게 지내 재작년 어린이날에 혜진이가 집에 놀러왔다 자고간 적도 있다"며 "혜진이를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며 계속 울어 주위 친구들과 교사들을 안타깝게 했다.
상담수업을 진행한 이주영 교사는 "그림을 보면 특히 여자아이들에게서 불안한 감정이 읽을 수 있다"며 "혜진이 친구가 그림을 그리지 않고 있던 것은 이 사건을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번 상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명신 장학사는 "아이들이 불안감을 밖으로 표출, 해소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주력했다"며 "또 예슬·혜진이의 죽음을 충분히 슬퍼하고 이를 넘어서 건강하게 이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안양=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