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등 정부 9개 부처가 2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52개 품목을 선정하고 긴급할당관세 시행방안을 의결하면서 정부의 비상 물가대책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52개 제품.서비스요금 등을 선정, 집중관리한다는 전략으로 수입 또는 생산에서부터 소비자에 대한 공급까지의 각 단계를 분석해 대응할 계획이기 때문에 당장의 심리적 효과를 포함해 상당부분 물가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52개 품목에 포함된 주거비 등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가격통제가 쉽지 않은 데다 유류 등 외부가격에 크게 좌우되는 품목도 많아 가격이 무조건 잡힌다고 낙관할 수만도 없는 실정이다.
정부에서 당초 공언과는 달리 이들 품목에 대해 별도의 지수를 만들지 않기로 한 것도 가격잡기에 자신이 없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정부 의지 강력…가격 억제전망
이번 생필품 지수 선정 및 관리방침으로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생필품 가격은 상당부분 억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에서 과거와 같은 직접적인 가격통제를 하기는 힘들지만 일단 가격의 상승구조를 품목의 성격에 따라 원가 단계부터 분석, 대응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제품에 대한 할당관세를 1%로 인하, 석유제품의 수입을 늘리고 대형할인점 등이 자기상표로 석유제품 시장에 참여토록 해 경쟁을 촉진하게 하는 정책 등은 석유제품 유통체계 전반을 경쟁촉진 체계로 바꾸는 것으로 가격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할당관세를 대폭 낮추면 앞으로 환율시장 변화나 국제 가격변동 등에 따라 수입산 휘발유나 경유가 국내에서 정유한 유류보다 저렴해질 수도 있다"면서 "이 경우 국내 4개 메이저 정유회사와 경쟁할 수 있는 대형할인점 브랜드의 주유소도 생길 수 있게된다"고 말했다.
임 국장은 이어 "개별 업체를 밝힐 수는 없지만 할인점 측과 이 내용으로 접촉을 했고 사업계획이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력한 물가안정 의지의 피력도 서민들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는데는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은 아울러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학원수강 시간을 자율화하기로 결정했다가 여론에 밀려 백지화했다거나 대통령이 직접 성장보다 물가안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발언한 사례 등과 맥락을 같이하면서 최근의 물가상승을 억제하는데 시너지 효과를 낼 전망이다.
공공요금 외에는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세제운용을 통해 비용인상 요인을 완화하고 유통구조 개선과 시장 개방을 적극적으로 하며 불공정행위 단속을 철저히 펼 경우 가격억제 효과는 분명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철근매점매석 단속의 경우 건설현장에서 수급 애로가 해소되고 유통가격이 떨어지기도 했다.
벌써 제조업체 등에서는 자사의 생산품목이 관리대상에 포함될지 여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운 바 했다.
한편 정부의 이번 긴급할당관세로 약 6천억원의 추가 지원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하고 있는 할당관세 지원분 1조3천억원을 포함하면 총 1조9천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른 소비자 물가인하효과는 0.1% 포인트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백운찬 기획재정부 관세정책관은 "할당관세 품목의 국내 생산자들은 그동안 가격인하 요인이 있어도 국내가 인하 필요성을 거의 못느꼈으나 할당관세가 안하돼 수입가와의 차이가 작아지면 국내 시장을 안정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국내가를 인하할 필요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 일부 품목은 지켜봐야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격관리가 힘들 것으로 보이는 품목도 있다. 주거비의 경우 주택의 매매가와 전세가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 통제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택지비를 20% 인하하고 이를 통해 아파트 분양가를 10% 인하한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최근 철근과 레미콘 비용이 급상승하는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만만치 않은데다 그동안 가격안정책 실현과정에서 당초의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해왔다는 점에서 억제책이 먹힐지는 불투명하다.
경제전문가들은 52개 생필품 선정과 관련, 업계에 주는 시그널은 될 수 있어도 품목별 가격관리 자체가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의문을 표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 원 거시경제실장은 "업계에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시그널 정도의 효과는 있겠지만 과거처럼 품목별 가격관리가 효과를 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며 "유통구조개선 등 근본적으로 물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품목별 가격관리가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승률도 문제지만 해당 품목의 비중도 문제인 만큼 비중에 따라 관리를 달리 해야 한다"면서 "유통구조를 개선한다면 상당히 효과가 있겠지만, 신선제품보다는 공산품이 많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 헛다리 짚는 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