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서민생활안정 차원에서 내놓은 52개 생활필수품 물가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중 하나는 유류제품 가격을 구조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석유제품 유통시장을 뜯어고치겠다는 부분이다.
특히 대형마트가 자기 상표로 유통시장에 참여토록 해 석유제품 유통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처럼 전국의 유통망을 장악한 대형마트들이 주유소 시장에 뛰어들게 해 석유제품시장 경쟁을 높임으로써 가격인하 압력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 선진국은 일반화
세계 최대 할인점 체인인 미국 월마트는 지난 2006년 미국 전역 매장에서 바이오연료로 부각되고 있는 에탄올 85%에서 휘발유 15%를 섞은 대체에너지 E85의 판매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할인점인 월마트가 이런 구상을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자체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물론, 미 전역의 월마트 주차장에서 900개 이상의 주유소를 운영하는 머피오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주유소를 운영하는 유통업체로는 영국의 세계적 유통체인 테스코도 뒤지지 않는다. 테스코는 여러 업태 가운데 주유소 겸영 편의점인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등 영국의 독립계 석유판매회사로는 가장 큰 업체 가운데 하나이며 영국은 물론 외국에 진출하는 경우에도 주유소를 겸영하는 점포를 운영한다.
이런 업태가 국내에도 가능하게 됐다. 재정부는 유류 가격 안정 방안으로 석유제품 할당관세 인하와 연계해 대형마트들의 자체상표 주유소 사업을 벌이도록 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재정부는 석유산업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와 올해 연말까지 이 방안의 실행계획을 검토하기로 했다.
◇ 민간 참여의지..난제도 많아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형태지만 국내에 도입할 수 있을지는 좀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우선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를 먼저 타진해봐야 한다. 민간업체의 참여의지가 있다해도 물량확보와 입지조건 상의 제약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재정부는 "석유제품 할당관세 인하와 연계해 대형마트가 자기상표로 유통시장에 참여토록 한다"고 설명했지만 이미 지난해 할당관세 인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 석유제품은 별로 없다. 3%로 인하된 수입관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하반기 수입 석유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등유가 2.1%였을 뿐, 휘발유(0%), 경유(0.3%)는 전무했다.
국제시세가 국내시세보다 오히려 비싸거나 싼 물량이 있다해도 운송비 등을 감안하면 수입업체들에 수지타산이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에 1%로 다시 관세가 내렸지만 이는 영구세율 인하가 아니라 일시적인 할당관세 적용을 통한 것이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오를 수 있어 수입업체가 안정적으로 수입할 환경이 못된다.
기존 자가 유통망을 강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국내 정유업체들이 물량을 대형마트 주유소에 내줄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업계도 정부의 대형마트 주유소 촉진방침을 주목하고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영향이 불가피해 사안을 먼저 검토해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월마트가 대부분 교외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주유소 설비 설치에 별 무리가 없는 구조인 반면, 한국의 대형마트 주요 점포들은 땅값이 비싼 시내에 있어 추가용지 확보가 쉽지 않고 건축규제나 안전규제 등 장애물이 많다.
지경부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이 수입제품 등을 조달해 예를 들어 '이마트 주유소'를 운영하는 데 석유사업법상의 제한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재정부에 전했다"면서도 "물량확보 가능성이나 실제 경쟁도 증가여부, 점포 설치 가능여부 등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