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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해법은 '신뢰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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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인 버냉키는 '대공항'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저명한 거시경제학자다.

최근 <승자독식사회>라는 책을 낸 프랭크 교수와 함께 미 대학생들을 위한 '경제학 원론' 교과서를 쓰기도 했고 버냉키가 쓴 '거시경제학' 교과서는 전 세계 학생들이 즐겨보는 책이다.

버냉키는 교수시절 '대공항'은 당시 미 정부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생겼다는 쪽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해 왔다.

그리고 '대공항' 못지 않은 -위기를 조장하자는 뜻은 아님 - 현재의 경제 위기를 막기위해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상당히 적극적인 모든 수단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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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무려 6번에 걸쳐 연방기금 금리를 낮춰 이제 2.25%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미 소비자 물가지수를 고려하면 실질금리(금리-물가상승률)는 마이너스다. 역사상 유래 없이 반 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6번의 금리를 낮춘 것이다.

버냉키가 이끄는 'FRB'의 적극 개입은 이 뿐이 아니다. 금융시장에서 신뢰가 무너져 거의 거래가 되지 않고 있는 '모기지 담보부 채권(MBS)'를 담보로 현금이나 다름없는 미 국채를 빌려주는 실험적인 제도까지 도입했다. 결국은 국민 부담을 기반으로 운용되는 중앙 은행은 가급적 시장의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아야한다는 기준을 넘어선 행동이다. 만약 담보로 껴앉은 모기지 담보부 채권이 휴지조각이 되면 미 연준이 고스란히 부담을 껴앉을 수 밖에 없기때문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물론 폴슨 재무장관, 버냉키 의장이 지난해부터 그토록 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던 'Bail out(구제금융)'을 단행했다. 미 5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파산할 상황이 되자 시장의 충격을 줄이겠다며 구제금융을 해 줘 JP모건체이스가 불과 한 주당 2달러라는 싼 값에 인수함으로써 파장을 줄이도록 한 것이다.

베어스턴스가 어느 투자은행보다 서브 프라임을 비롯한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을 팔아먹는데 앞장섰고 지난해 1차 서브프라임 사태가 온 뒤에도 모기지 상품 가운데 2/3를 팔았을 정도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회사임에도 역시 '이례적'인 유동성 지원을 해 준 것이다.

도대체 버냉키 의장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고 무엇을 해결하려는 것일까?

바로 금융시장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시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담보나 신용을 바탕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나 기업이 어음이나 채권을 발행하고 이를 신용평가회사가 평가하면 그것을 믿고 시장에서는 이를 매입하고 기업은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이 금융시장, 특히 'Shadow Banking System' 이라고 불리는 파생상품과 채권 관련 시장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너도나도-우량한 채권이나 파생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에서 돈을 찾아서 미 국채나 금,원유 등에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치 은행이 부실해졌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은행으로 달려가 돈을 찾는 대공항 당시의 '뱅크 런(Bank Run)' 현상이 'Shadow Banking System'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소문이 맞냐 틀리냐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버냉키 의장은 비록 '도덕적 해이' - 위험한 상품을 만들어 금융시장을 교란시킨 월가 투자은행들이 망하게 해 야지 왜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냐는 - 논란이 있지만 이렇게 무리수를 두고 있는 이유도 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는 의도에서다.

약간의 효과는 있어 보인다. 금리를 한번에 75bp를 낮춰 2.25% 수준으로 끌어내리자 다우지수는 5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다시 등락을 반복하고는 있지만 일단은 한숨 돌린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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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치솟던 원유와 금, 원자재 가격의 거품도 조금 빠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이 추산하는 것으로는 현재 가격에서 원유 선물(WTI)은 20%, 금 선물은 60%, 옥수수는 36% 정도를 투기성 매수가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데 이 매수 세력들이 팔고 나가기 시작하는 상황이다. 이유는 미 연준이 금리를 100bp 정도 내릴 줄 알고 뛰어들었는데 예상외로 75bp 밖에 안 내리고 금리보다는 구제금융 같은 직접적인 유동성 지원 카드를 꺼내들자 일단 '차익실현'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버냉키는 초강수 카드를 계속 쓰고 있는데 '약발' 이 오래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베어스턴스에 대한 직접 지원도, 대폭적인 금리인하도, 모기지 담보부 채권과 국채를 맞바꾸는 실험적인 정책도, 시장의 불안을 3~4일 이상 달래지 못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 가운데 한 가지 카드만으로도 전 세계 금융시장이 일제히 반등하며 상당기간 랠리를 펼쳐야하는데 말이다.

더욱이 앞으로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메릴린치나 씨티그룹 등 대형 금융사들의 부실 규모도 변수다. 베어스턴스 파산의 충격이 컸던 이유는 불과 이틀 전까지 괜찮다던 회사가 이틀 뒤 파산했다는 점이었다. 역시 신뢰 붕괴의 문제다.

미 서브프라임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은 주택시장, 특히 모기지 차압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만 이는 금리 인하나 정부의 각종 정책을 쓰더라도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다. 그렇기때문에 먼저 금융시장의 신뢰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야 '서브프라임 광풍'이 잠잠해 졌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판단 기준은?

일단 메릴린치와 씨티그룹의 실적발표를 무사히 넘긴 뒤 미 금융주가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 나타나야하고, CBR이라고 불리는 상품선물지수가 하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말해 상품시장으로 몰려갔던 투자자들의 돈이 '신뢰가 회복돼' 주식시장, 특히 금융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말이다.

주식시장은 실제 경기를 먼저 반영하는 측면이 강하기때문에 이런 상황이 나타나야 비로서 '큰 고비는 넘겼다' 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런 상황이 올 지 오지 않을 지는 좀더 지켜봐야할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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