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0일 '정·관계 및 법조계 로비'를 담당한 삼성측 임원을 소환하는 등 로비 의혹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삼성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고위 임원 2명을 소환해 비자금·경영권·로비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윤정석 특검보는 "오늘 소환자 중에는 로비 담당 임원으로 지목된 인물도 포함돼 있다"고 말해 상대적으로 뒤쳐졌던 로비 의혹 수사도 본 궤도에 올랐음을 내비쳤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삼성생명 차명 주식의 실제 소유자가 누구인지, 차명계좌 개설·관리가 그룹 차원의 지시·공모에 의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주식 거래내역과 배당금의 흐름 등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윤 특검보는 전략기획실이 차명주식 개설에 개입한 정황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주식을 취득할 때부터 명의만 빌려서 한 것이니까 실무자가 물론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런 의혹을 확인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측이 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 회사인 삼성생명의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해 결국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 "그런 것도 두루 확인해 보고 있다"고 말해 '삼성생명을 통한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불법행위 여부와 핵심 계열사들의 역할을 확인 중임을 시사했다.
삼성생명은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전무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에버랜드와 함께 핵심 역할을 한 회사로 지목되고 있다.
이 전무가 1996년 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저가발행'을 거쳐 최대 주주가 되자 삼성생명은 1998년 에버랜드에 주당 약 9천원이라는 헐값에 20%의 지분에 해당하는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해 줬으며 결국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이재용 전무는 핵심 계열사를 모두 지배하게 됐다.
한편 특검팀은 전날 오후 2시께 출석했던 이학수 부회장(전략기획실장)을 14시간여 동안 철야 조사한 뒤 이날 새벽 4시30분께 귀가시켰다.
윤 특검보는 "이 부회장은 전반적인 (의혹) 사항에 대해 사실관계를 꿰고 있는 사람"이라며 "두루 필요한 사항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