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구제금융 여파로 국내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졌지만 주관부처 중 하나인 금융위원회의 임직원들은 사무실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이산가족 생활을 했다.
금융위가 지난 주말을 이용해 서울 서초동 옛 기획예산처 청사로 둥지를 옮겼지만 새 청사의 공사가 끝나지 않아 이삿짐을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에 금융위 청사로 나와 잠시 회의에 참석한 후 서울 명동 소재 은행연합회에 있는 집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위의 대부분 국장들은 보직을 받지 못한 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에 머물렀다.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책국장의 방은 천장이 뜯긴 가운데 바닥엔 먼지가 가득했고 가구는 어수선하게 널려 있어 출근을 했어도 제대로 근무할 곳이 없었다.
출근한 직원들도 앉아서 업무를 보는 직원보다 일어서서 걸레를 들고 책상을 닦거나 짐 정리를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일부 직원의 전화는 불통이어서 옆 직원의 전화를 돌려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무처장, 금융위원 등 1급 인사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금융위는 현판도 올리지 못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급락하는 금융시장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느냐는 일부 기자들의 질문에 금융위 측은 "상황을 예의주시중"이라고 말할 뿐이었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혼란은 베어스턴스에 대한 구제금융 방침이 나온 15일 새벽(한국시간)부터 예상됐다"며 "이런 시점에 금융위가 사무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해 공전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