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철 한국관광공사 사장, 정순균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사장, 신현택 예술의전당 사장….
참여정부 시기에 '코드 인사' 시비를 불러일으킨 인사들의 진퇴를 놓고 논란이 일고있는 가운데 17일 현재 사직서를 제출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단체장들이다.
이들은 지난 11~12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유인촌 문화부 장관 등이 이전 정권 때 임명된 '코드 인사'들의 퇴진을 잇따라 촉구하자 스스로 사직서를 낸 인물들이다.
오지철 사장과 정순균 사장은 청와대가 지난 14일 문화부 업무보고 때 전 정권 출신 인사들의 참석을 배제하며 교체 의지를 드러낸 것을 계기로 사직서를 냈다.
신현택 사장은 작년 말 예술의전당 화재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자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부 관료 출신인 오지철 사장과 신현택 사장은 '재신임'을 묻기 위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으며, 사표 처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반면 참여정부 출범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을 거쳐 국정홍보처장을 지낸 정순균 사장은 이전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인사라는 점에서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부 관계자는 "관광공사 사장은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표 처리 여부를 알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문화부 장관이 임명권을 가진 코바코와 예술의전당 사장은 유 장관이 판단할 사항이어서 금명간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이들의 사표가 처리될 경우 지난해 11월 임명된 오지철 사장은 4개월여 만에 물러나는 셈이다. 정순균 사장은 내년 5월, 신현택 사장은 2010년 5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상태이다.
오지철 사장과 신현택 사장의 경우 정통 관료 출신인데다 정치색이 옅은 인물들이어서 '코드 인사'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이들이 일찌감치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오랜 관료 생활의 경험에 비춰 버티는 모습보다 '재신임'을 얻는 쪽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잇따른 사직서 제출은 "사퇴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나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등에게도 적지않은 압박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나 김 관장의 경우 민중미술 분야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현장 예술인 출신들로 이른바 '문화권력'을 놓고 문화예술계 내 진보-보수 세력간 주도권 경쟁을 하는 한 축을 형성하고 있어서 정부 산하 공기업 사장들의 퇴진과는 질적인 차이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나 김 관장 등의 향후 거취야말로 '코드 인사'를 둘러싼 신-구 세력간 갈등을 푸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부 소속 기관.단체장 가운데 교체 대상으로 거명된 신선희 국립극장장의 경우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을 삼간 채 업무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1월 임기가 끝나는 강기석 신문유통원장은 "신문발전위, 언론재단, 지역신문발전위 등 4개 기관에 대한 통폐합이 논의 중인데 그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나가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은 17일 성명에서 "유인촌 장관은 오랜 세월 현장에서 헌신해온 예술계 원로들을 자리에 연연하는 치졸한 인사들로 모독하지 말고 문화행정 수장으로서 본분에 충실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