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가 이마에 범죄자라고 쓰고 다니는 건 아니지만…. 아랫집 총각은 정말 선하게 생긴 사람이에요. 이런 일 저지를 사람이 아닌데."
이혜진(11), 우예슬양 실종·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에 검거된 정모(39)씨가 사는 경기도 안양시 안양8동 다세대주택은 혜진이네 집에서 2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지척에 있었다.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이 빼곡하게 들어선 골목길 중간쯤에 위치한 정씨의 집에 가기 위해서는 경사가 70도에 가까운 가파른 계단 40여개를 올라가야 했다.
시멘트가 군데군데 깨진 계단을 올라 도착한 정씨의 집 앞에는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었으며 집안으로 들어가는 유리 문에는 고양이 캐릭터가 그려진 밤색 커튼이 드리워져 내부를 전혀 들여다볼 수 없었다.
한 평짜리 앞 마당에는 부서진 우산과 플라스틱 바구니, 흙만 가득 찬 화분 등이 어지럽게 널려있었으며 한쪽 구석에는 수거 안된 자장면 그릇과 소주와 맥주병 50여개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나뒹굴고 있었다.
정씨는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관심이 많았던 듯 신문을 구독해 정씨가 경찰에 체포된 이후 배달된 신문 2~3일치가 문 앞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넉달 전 이 다세대주택으로 이사왔다는 유모(70.여)씨는 "내가 다리가 아파 집안에만 있기도 하지만 지금껏 얼굴 한번 못 본 걸 보면 이웃집 남자도 거의 외출을 안하는 듯 싶다"고 말했다.
유씨는 "이 주택에 주인 집을 제외하고 모두 3가구가 세들어 있다"며 "그 남자 집은 특히 조용해 사람이 산다는 것만 알지 그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유씨는 "한 번은 그 남자 집 앞이 너무 지저분해 청소 좀 해달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주인집에 부탁한 적이 있다"며 "집 주인 얘기로는 동네 버려진 술병을 내다 팔려고 모으다 보니 어지러운 것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정씨는 밤 늦게 대리 운전을 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외에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던 듯 바로 옆집에 사는 중국 동포 부부도 이 곳에 사는 두 달 동안 정씨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던 주인집 가족은 "범죄자가 이마에 범죄자라고 쓰고 다니는 건 아니지만…. 아랫집 총각은 정말 선하게 생긴 사람이에요. 이런 일 저지를 사람이 아닌데…."라며 말을 흐렸다.
이 40대 여성은 "정씨가 6년 전부터 이 집에서 살았다"면서 월세가 10여만원 정도로 싸기도 했지만 사람이 착해 보여 2년째 못내고 있어도 이해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고 말했다.
이 여성은 "나도 애들이 있는 사람인데 정씨가 이상했으면 불안해서라도 세를 안주지 않았겠느냐. 그런데 겉보기에는 멀쩡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이어 "몇 년 전에 정씨 집에 드나들던 여성이 있었다"며 "물어보니 결혼할 사이라고 했는데 재작년엔가 그 여자가 암으로 죽었다고 말해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 그런 얘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아래 골목에 산다는 한 60대 여성은 "놀라고 무서워 어젯밤 잠을 거의 못잤다. 동네가 재개발되면서 오랫동안 살던 사람들이 떠나고 외부인들이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다"고 밝혔다.
(안양=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