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새로운 군비경쟁을 비난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무력' 시위를 계속하는 두 얼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일 한국 정부 소식통과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폭격기 1대가 5일 한국방공식별 구역(KADIZ)에서 미국 항공모함 니미츠호에 접근해 한.미 전투기들이 이를 제지했다.
지난달 9일에도 러시아 전략 폭격기 투폴레프(Tu)-95 2대가 서태평양상에서 니미츠호에 접근하고 이 가운데 1대가 니미츠호 상공까지 비행, 미 전투기들이 발진해 퇴각시켰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소련 붕괴 이후 자금 부족으로 미뤄왔던 전략 폭격기의 러시아 영토 밖 장거리 정찰비행을 재개했다.
또 최근 니콜라이 솔로프초프 러시아 전략미사일군 사령관은 "올해 제작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토폴(Topol)M' 11기 모두를 유럽쪽으로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유럽 전체를 자국 미사일 사정권 안에 넣겠다는 의도로 보여진다.
특히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체코와 폴란드에 배치될 미국의 미사일방어(MD)망이 러시아 안보를 위협한다면 러시아는 이 런 계획에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한 발언을 현실화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솔로프초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 "러시아는 단기간 내 중.단거리 미사일 생산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 정치적 결단이 내려질 경우 러시아는 이를 즉시 실천할 것"이라고 냉전시대 군비경쟁을 연상시키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 해군은 지난해 다중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신형 ICBM(대륙 간탄도미사일)인 일명 불라바(Bulava.사정거리 8천km)의 발사 실험을 마치고 금년 내에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러시아의 이 같은 군비 강화는 2000년 이후 고유가 행진에 따른 '오일머니' 유입 덕분이다.
낡은 무기는 해외에 팔아넘기는 한편 각종 전투기와 잠수함 등 첨단무기 개발.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천890억 달러 규모의 군 현대화 계획을 추진 중인 러시아는 올해 국방예산을 전년도에 비해 20%가량 증액한 약 390달러로 책정해 놓고 있지만 실제 군비는 이보다 2배 가량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옛 소련연방 해체 후 약화된 군사력을 복원하면서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경제력과 함께 군사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 같은 무력시위는 미국의 MD계획이 새로운 군비 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라면서 미국을 비난했던 러시아가 말과 행동을 달리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오히려 러시아가 자국 안보 위협을 이유로 신냉전 시대로의 복귀를 꾀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8일 국가 자문회의 연설에서 "세계적으로 새로운 군비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결코 국가 발전에 위협이 될 그런 파괴적이며 낭비적 경쟁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러시아 주도의 군비경쟁이 '신냉전 시대' 도래를 알리는 것으로 정치.외교 문제와 맞물리면서 국제사회에 긴장을 고조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외교 정책 전문가인 표도르 루쿠아노프는 최근 모스크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군비 경쟁으로 갈 의도가 없다고 수차례 말해 왔지만 힘의 불균형에 대해서는 대응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