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제휴업체인 대만 프로모스에 54나노 D램 공정기술을 이전하는 문제가 선진기술 해외유출 논란을 낳고있는 가운데 하이닉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 황창규 "핵심기술 수출 웬말이냐" = 논란 증폭의 도화선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황창규 사장의 7일 발언이었다.
그는 이날 협회 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이 하이닉스 기술이전에 대한 견해를 묻자 "선진국도 핵심 기술은 보호하는데 오히려 수출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강한 어조로 경계심을 표출한 셈이다.
그는 나아가 "작년에 만들어진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은 (기술 이전에 대한) 국민의 콘센서스를 얻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자신은 하이닉스의 기술 이전에 사실상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당연히 하이닉스로서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물론 이날 황 사장의 발언은 마침 하이닉스 김종갑 사장이 총회 중간 개인 일정 때문에 자리를 뜬 이후 나왔기에 두 사람이 기술 이전 문제를 두고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은 목격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황 사장이 직접적으로 하이닉스의 기술 이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간 깊은 감정의 골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도 이날 기술 유출 논란을 의식한 듯 기자들과 만나 "만일 기술이 유출되고 있다고 판단되면 제가 먼저 이전을 중단시킬 것"이라며 분명한 입장을 못박았다.
"프로모스로 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기술 유출이 아니라 수출로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였다.
그는 "프로모스에 기술 라이선스를 주고 낮은 가격에 반도체를 받아와 해외시장에 팔 수 있기에 오히려 하이닉스의 글로벌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도 했다.
이에 따라 이제 공은 지식경제부의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로 넘어갈 전망이다.
하이닉스가 프로모스와 협의 끝에 54나노 기술을 이전하기로 협의를 마친다면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 기술이전 '수출이다' VS '유출이다' = 하이닉스는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기술유출 논란에 대해 "이전 대상 기술은 양산 기술이지, 설계 기술 등 선행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반도체 기술은 설계 기술이건 양산 기술이건 모두 핵심기술"이라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양산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설계기술뿐 아니라 양산기술도 핵심 반도체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에 하이닉스는 "나노 기술이 이전된다고 하더라도 기술 이전을 합의하고 1년이 지난 이후에나 이전될 수 있으며, 그 때에는 이미 반도체 기술이 한 단계 더 진보했을 것이기 때문에 핵심 기술이 건너갔다고 할 수도 없다"고 맞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이전 기술이 1년 뒤에 전달된다고 하더라도 아직 한국 업계가 실제 공정에 적용하지도 못한 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기술 유출의 위험이 다분히 있다"라는 요지의 삼성전자의 반론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68나노 공정 기술을, 하이닉스는 66나노 기술을 적용해 D램을 생산하고 있다. 50나노급 적용은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에 56나노 기술을, 하이닉스는 3.4분기에 54나노 기술을 생산 현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논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경한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일본과 대만의 반도체 업계가 공동 생산 협약을 맺는 등 활발한 합종연횡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는 관련 업계와 적극적으로 제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오히려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일례로 미국의 마이크론과 대만의 난야가 최근 50나노 이하 반도체 제조 공정 기술 개발에 합의한 것도 미국의 반도체 기술이 대만으로 유출되는 것으로 봐야 하느냐는 것이 하이닉스는 논지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마이크론과 난야의 제휴는 이제 MOU(양해각서)를 교환한 초보적인 수준일 뿐"이라며 "모든 기술 이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어느 업계도 아직 적용하지 못한 최첨단 50나노 기술을 이전하려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