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일 초대 방송통신위원장에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을 내정하기까지는 두 달여간 우여곡절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료 및 청와대 수석 인선작업에 착수한 올해 초부터 일찌감치 최 전 회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IPTV와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디지털TV 문제는 물론 신문과 방송의 겸영 규제 완화, KBS2와 MBC 민영화 등 새 정부의 뜨거운 언론 정책 현안을 다루는 요직인 만큼 자신의 의중을 잘 아는 `복심'을 앉힐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방통위원장 자리가 언론 및 통신 전반에 대한 지식과 정무적 기능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최 전 회장이 초반부터 낙점됐다는 후문이다. 경북 영일 출신인 최 내정자는 동아일보 정치부장, 편집부국장, 정치담당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갤럽 회장을 거쳐 지난해 경선 때 선대위에 합류, 이 대통령의 정치자문역을 맡아왔다.
그러나 한나라당내 일부 원로를 중심으로 핵심 측근을 민감한 자리에 앉힐 경우 야당의 반대와 중립성 훼손 논란이 일 수 있다는 부정적 의견이 표시되면서 최종 인선의 시간이 길어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내부 조율과정이 좀 필요했다"면서 "자질이나 능력보다는 측근배치에 대한 부담이 걸림돌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부실검증' 논란 속에 각료 내정자 3명이 거의 한꺼번에 낙마하면서 이 대통령으로서는 후속 인선에 더욱 부담이 컸다는 분석이다. 최 전 회장이 지난 주 초반 방통위원장에 공식 내정되고도 지금까지 발표가 미뤄진 것은 결국 이런 내부와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인사가 계속 늦어지면서 `최시중 카드'가 죽었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그 대신 KBS 이사 출신인 김인규 전 당선인 비서실 언론보좌역 등의 이름이 다시 오르내리기도 했으나 결국 최종 낙점은 최 전 회장이 받았다. KBS 사장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인규 전 언론보좌역은 끝까지 고사하고 최 전 회장을 밀었다는 후문이다.
최 내정자는 지난 주 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국정원장 자리에도 관심을 두고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국정원장 대신 방통위원장 쪽으로 결심을 굳히면서 국정원장과 방통위원장 인선이 순조롭게 풀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원장도 국무위원과 마찬가지로 인사청문 대상이어서 청문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언론 단체와 야당이 `코드인사', `언론통제' 등의 주장을 제기하며 청문회에서 문제 삼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통합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대통령이 직접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절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인사"라며 사실상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최 내정자가 방송과 통신분야의 중립적인 위치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고, 한 청와대 관계자도 "최 내정자는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캠프에 합류하기 전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갤럽 주식까지 다 정리한 분"이라고 거들었다.
한편 청와대는 최 내정자를 포함한 김하중 통일장관, 이만의 환경장관 등 후속 인사의 기준과 관련, 지역안배, 성(性)안배 보다는 업무 전문성과 국가관 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내정자가 강원도 원주, 이 내정자가 전남 담양 출신이라는 점에서 능력 못지 않게 지역안배를 고려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현직 주 중국 대사인 김 내정자를 통일장관에 발탁한 것은 `4강(强)외교' 중시 입장과 함께 중국에 대한 배려의 뜻도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한미동맹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중국을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새 정부가 중국을 중시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인사라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이번 후속 각료 인선을 단행하면서 당 지도부와 긴밀한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중심의 일방적 인사에 문제가 있었고, 향후 인사청문 과정에서 당의 `도움'이 절실한 만큼 당 지도부의 건의를 충분히 반영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