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1
정부 고위관료 출신으로 대기업 CEO로 각각 활약하고 있는 두 사람의 대화.
A : (혀를 내두르며)새 정부 장관 내정자들의 부동산투기가 대단한데.
B : 그렇게 말야. 언제 그렇게 많은 부동산을 사들였지.
A : 30년 넘게 공직생활하면서 아파트 딱 한 번 사봤는데. 일하느라 시간이 없잖아.
B : 나는 아파트 분양 한 번 받은 게 끝인데, 그 양반(교수 출신 장관 내정자로 부동산투기 의혹에 휩싸인 인사)들 어지간해야지.
A : 부동산 사고 팔려면 신경이 엄청나게 쓰일 텐데 강의준비는 언제하고 연구는 또 어떻게 하지….
B : 일부 교수들이 방학기간 등을 이용해 부동산투기 대열에 엄청 뛰어든다는데 이번에 사실로 확인됐네. 그렇게 한가한가. 참으로 답답하네.
# 장면2
새 정부 장관 내정자 가운데 부동산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교수 출신 인사들은 연일 해명을 하느라 바쁘다. 정상적인 정부 출범에 걸림돌이 되고 있을 정도다.
"교수 부부가 이 정도 재산은 모아야 당연한 것 아닌가"라며 해명 아닌 해명을 하는 내정자도 있다.
국민이 상식적으로 볼 때 엄연한 부동산투기임에도 그렇지 않다고 강변하는 교수 출신 내정자도 있다.
대학 총장 출신의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문제 때문에 끝내 내정되지 못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 장면3
동국대는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교수 평가점수를 공개했다. 강의 수혜자인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동국대 교수들은 "왜 완전하지도 않은 평가를 공개하느냐"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학교측은 "강의 평가를 공개한 것은 교수들에게 망신을 주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며 "강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수에게는 자극이 된다는 점에서 점수를 공개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가지 장면을 연결지어 생각하면 '한국 교수사회에 자정(自淨) 장치나 윤리강령 제정이 절실하며 이미 만든 대학이 있다면 철저히 준수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쪽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장관 내정자 임명 후 국회의 임명동의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교수 사회가 종종 국민 보기에 '딱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엄격한 자정 장치를 갖추지 않고 있거나 이미 갖췄어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식의 볼썽 사나운 일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교수사회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전국 대학에는 수많은 교수가 있고 자기 하나만 부동산을 따라 움직이는데 뭐가 그리 큰 문제가 되며 말썽이 되겠느냐고 한다면 극히 잘못된 판단이다. 맑은 물은 미꾸라지 한 마리로 쉽게 흙탕물로 변한다.
"남 모르게 하면 되지"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투명도가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와 있음을 망각해서는 곤란하다. 당사자들로서는 예상치 못한 일일 수 있겠지만 이번에 모두가 분명히 보고 있지 않은가.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증식하려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교수라고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고 연구나 강의보다는 부동산투기를 일삼은 것처럼 비춰진다면 그는 더 이상 대학생들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
부동산투기학과의 교수라면 몰라도.
그리고 그런 교수들이 아무런 문제없이 재직중인 대학이라면 대학으로서의 경쟁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어떤 목회자는 최근 종교인 소득세 납부 문제 등으로 사회적 관심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개신교계의 모습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교회가 스스로 자정하지 못한다면 그 동안도 종종 그래왔듯이 하나님은 일반 사회의 언론과 시민운동을 통해 교회를 더 자주 부끄럽게 할지도 모른다."
교수사회는 외부의 충격을 받게 되면 그 때 마지못해 자정능력을 회생시켜려 할 게 아니다. 연구에 몰두하고 강의에 집중함으로써 교수라는 직분에 충실하다 보면 자정장치는 없어도 것이다.
교수라는 직분에 몰입하다 보면 부동산투기 대열에 참여할 시간과 여유가 없음은 지극히 당연하다. 평가 점수를 공개했다고 해서 득달같이 반기(反旗)를 내들 이유도 없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