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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로가 중남미 좌파 진영에서 갖는 의미는

"영감은 주었으나 본받을 만한 모델 제시는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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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가까이 권좌를 유지해온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중남미 좌파 진영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카스트로가 의장직 사임 의사를 공식 발표한 이후 그에 대해 여러가지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가 다양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 "카스트로가 중남미 좌파에 짙은 영감은 주었으나 이들이 뒤따를 만한 모델을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신문은 지난 21일자에서 '사령관의 사임'이라는 제목 아래 "카스트로 의장은 중남미 지역의 진보 정치인과 좌익 게릴라 단체의 지도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혁명을 자극했다"고 전했다.

좌파 진영이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 도전하고 사회주의 이념을 수호하며 군사독재정권에 맞설 수 있는 동력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중미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이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막대한 석유자원을 바탕으로 미국에 큰 소리를 치고 있으며,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노동운동가에서 국가원수에 오른 사실은 분명 '카스트로 효과'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카스트로로부터 영감을 받은 좌파 정치인들이 막상 정권을 잡은 뒤에는 '혁명적'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카스트로가 추구해온 것과는 달리 '실용적' 모델을 택하면서 카스트로의 의미는 반감됐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정권 장악에 성공한 좌파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중남미 지역의 오랜 과제인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 감소라는 과제를 안게 됐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주의와 합리적인 정부,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추구했다.

룰라 대통령이 집권 후 '우파보다 더 우파적인' 실용정책을 추진해온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멕시코 외무장관을 역임한 호르헤 카스타녜다는 "카스트로는 권좌에 있는 50년간 혁명을 수출하려고 시도했다"면서 "그러나 현재의 중남미 좌파 지도자 가운데 차베스 대통령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카스트로의 모델을 따르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중남미 지역에서 성공한 좌파는 예외없이 온건중도 노선인 사회민주주의와 세계화, 시장 친화적인 길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현재 카스트로를 정치적 스승으로 삼는 2세대 좌파 그룹을 이끌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매우 도발적인 방식으로 미국에 대항하고 경제에 대한 국가통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통해 카스트로의 후계자를 자처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의 이 같은 '카스트로 따라하기'에 동조하는 지도자는 모랄레스 대통령과 오르테가 대통령 정도를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 외에 중남미의 다른 좌파 지도자들은 어떤가?

이 질문에 대해 베네수엘라의 전직 좌익 게릴라 출신으로 지금은 반 차베스 대열에 서있는 테오도로 페트코프는 "중남미에는 민주화·현대화된 좌파와 낡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고수하면서 갈팡질팡하는 좌파라는 2개의 큰 줄기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99년 차베스 대통령의 집권을 계기로 중남미에서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불만까지 겹치면서 남쪽의 아르헨티나로부터 중미 지역 국가에 이르기까지 좌파운동이 물결을 이루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카스트로는 좌파 지도자들에게 망망대해의 등대와도 같은 존재였다고 페트코프는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 마이애미에 위치한 플로리다 국제대학 중남미.카리브 센터의 에두아르도 가마라 소장은 "당시 중남미 좌파 지도자 가운데 카스트로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면서 "특히 차베스 대통령과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금까지도 카스트로를 이념적 스승으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가마라 소장은 그러나 "대부분의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은 현재 교조적인 사회주의를 실용주의로 대체했으며, 사회적 필요와 건실한 경제정책을 적절하게 혼합하면서 월스트리트를 만족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이 모두 이 같은 방향 전환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카스트로의 모델을 그대로 모방하려는 지도자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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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사회당 소속 로이 코르티나 의원은 "중남미 좌파정당들은 카스트로 의장이 병석에 들어 권좌에서 물러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노선 변화를 시도해 왔다"면서 중남미 좌파 정권들이 추진하는 정책은 쿠바에서 일어났던 것과는 명백하게 다르다고 말했다. 이것이 현재 중남미 좌파의 현주소라고 신문은 전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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