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선언으로 코소보 전역에서 3일째 축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반면 독립에 반대하는 코소보 내 소수 세르비아계 주민들 사이에서는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세르비아계 주민 거주지역의 경우 코소보 정부와는 완전히 별개의 행정 기구와 의회, 경찰 등을 운영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향후 이들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어떤 지위에 처하게 될 지, 장기적으로는 계속 코소보에 남아있게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독립은 무효'..세르비아계 반발
독립 선언 다음날인 18일 수도 프리슈티나에서 북쪽으로 30㎞ 정도 떨어진 미트로비차에서는 세르비아인 2천여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코소보 내 알바니아계 지도부의 독립 선언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시위를 주도한 이 지역 세르비아계 지도자 마르코 야크시치는 연설을 통해 "독립 코소보는 있을 수 없다"고 선언하고 유엔을 대신해 코소보에 들어올 유럽연합(EU) 경찰 및 사법 요원들은 침입자이자 점령자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야크시치는 세르비아인들에게 결코 이 곳을 떠나지 말라고 호소했으며, 세르비아 정부에 코소보를 지키기 위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줄 것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코소보는 영원히 세르비아 영토', '코소보를 팔 수 없다'는 등의 현수막을 들고 손을 맞잡은 채 도심 광장에서 알바니아계 주민들이 사는 이바르강 남쪽으로 이어지는 교량까지 행진했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과 현지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 주변에서 삼엄한 경비를 폈다.
미트로비차의 세르비아계 학생 단체들은 유엔의 코소보 관할을 규정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244호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앞으로 매일 오후 12시44분에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이름을 밀로드라고 밝힌 한 청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코소보를 빼앗겨서는 안된다. 코소보는 우리들의 성지"라고 힘줘 말했다.
세르비아인들의 항의 시위는 1천명의 세르비아인이 사는 그라차니차, 동부의 라니 루그, 남동부의 스트르프체 등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이날 오전 미트로비차 북서쪽 10km에 위치한 주빈 포톡에서는 유엔 자동차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독립 선언과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코소보 의회 세르비아계 의원인 미하일로 체파노비치와 슬라비샤 페트코비치는 이날 오후 프리슈티나에서 가장 가까운 세르비아계 지역인 차글라비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알바니아계 의원들이 자신들에게 독립 선언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며, 선언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페트코비치 의원은 전날 의회에 나갔으나 독립 선언에 대해서는 아무런 토론도 없었고, 자신들이 밖으로 쫓겨 나간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표결이 진행됐다면서 "코소보에서는 힘이 법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 세르비아계 코소보에 남아있을까
코소보가 독립 국가의 지위를 유지할 경우 이 곳에 사는 세르비아인들의 존속이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심 타치 코소보 총리와 알바니아계 정부는 세르비아와의 최종 지위 협상 내내 소수 세르비아인들에 대한 완벽한 권익 보호를 약속했지만, 그 어떤 세르비아인들도 이를 믿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코소보 내 세르비아인들은 알바니아계 자치 정부에 대한 불신감과 자신들이 세르비아 정부의 관할하에 있다는 의식이 너무 강하다.
지난해 말 실시한 정치 지도자나 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코소보 내 세르비아인들은 정교회(92%), 세르비아 총리(86%), 세르비아 군대(80%) 등은 신뢰한다고 대답했지만, 미국, 코소보 의회(이상 1%), 나토, 코소보 정부(2%) 등에 대해서는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경제적인 면에서 누가 자신들을 가장 많이 도와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88%라는 압도적인 비율로 '세르비아 정부'를 들었다.
세르비아계 의원인 페트코비치는 "이번 독립 선언으로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삶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미트로비차 등 세르비아계 거주지역의 지도자들은 알바니아계와는 완전히 별개의 의회와 행정기구를 구성,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지 관측통들은 일단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이처럼 어떤 형태로든 반발을 계속하면서 독자적인 의회 구성 등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발과 독자 행보가 장기화할 경우 또 다른 분리주의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세르비아와 러시아 등 외부 세력의 계속적인 지원이 뒤따를 경우에만 가능하다.
세르비아가 EU에 가입하고 코소보를 주권국으로 인정하는 국가들이 늘어날 경우 이들 지역의 분리주의는 힘을 잃게 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알바니아인이 주도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젊은 세르비아인들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탈 코소보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어찌됐든 코소보 내 세르비아인들의 지위와 생활은 당분간 불안정성이 계속될 전망이다.
아버지는 알바니아인, 어머니는 세르비아인인 무스타파(45)는 "코소보 내 세르비아인들은 독립 이전 세르비아 내 알바니아인들과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알바니아인과 세르비아인들의 상황이 역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슈티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