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 숭례문이 방화로 소실된 것은 세계적인 명화를 삼엄한 경비 없이 수송하다가 강도를 당한 것만큼이나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습니다. 노숙자들이 숭례문을 드나들며 잠도 자고 라면까지 끓어먹었다는 보도는 국보 1호가 얼마나 소홀한 대접을 받고 있었는지를 웅변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자 SBS를 비롯한 모든 언론이 숭례문을 소홀히 관리한 정부의 책임을 질타했습니다.
그러나 국보 1호에 무관심했던 것은 정부만이 아닙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언론은 지난 2006년 3월 국보 1호 숭례문 개방소식을 일제히 보도하면서도 방화시설이나 경비 시스템 등 국보의 안전관리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방화 위험을 경고한 네티즌의 글이 1년 전 문화관광부 홈페이지에 게재되었지만, 이 또한 정부는 물론, 언론조차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해 2월 24일 게재한 글에서 자신을 22세의 청년이라고 밝힌 이 네티즌은 개방된 숭례문의 경비가 허술해 방화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숭례문 근처에서 노숙자들이 ‘확 불 질러 버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던 것입니다. 사건이 터진 뒤 지난 11일 국회에서 방화위험에 대한 경고가 1년 전에 있었다는 사실이 공론화 되자 언론은 그제야 이를 보도했는데, SBS 뉴스는 이조차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SBS 뉴스는 숭례문의 관리부실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지만, 그 큰 책임이 어느 기관에 있는지를 분명히 하지는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11일 뉴스는 개방에 걸맞은 관리시스템은 사실상 없었다고 보도했지만,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를 추적하지는 않은 것입니다. 뉴스는 책임소재와 관련하여 이명박 당선자가 서울시장 재직시절 무리하게 숭례문을 개방한 게 화근이라는 대통합신당 쪽 주장과 현 정부의 허술한 대비가 화를 불렀다는 한나라당의 반박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뉴스는 대립하는 두 주장의 근거와 배경을 밝히기 보다는 두 주장을 ‘볼썽사나운 네 탓 공방’이라고 몰아 논란을 덮어버렸습니다. 12일 뉴스는 숭례문 주위의 삼보일배 행렬을 소개하면서 “시민들은 국보를 지키지 못한 잘못을 자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민이 자책할 이유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일으킨 구절이었습니다. 뉴스는 먼저 개방과 관련하여 국보 1호에 걸맞은 경비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시행하지 못한 것은 문화재청과 서울시 중 어느 쪽의 책임인가를 진지하게 물었어야 합니다.
지난 11일 SBS 뉴스는 주저앉은 누각 잔해와 그을린 석축을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끔찍했던 화재상황을 강조했습니다. 뉴스는 그러나 같은 화면에서, 그을리긴 했지만, 불에 타지는 않아 다시 쓸 수 있는 자재들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시선도 가져야 합니다. 남아 있는 자재를 챙겨 문화재로서 숭례문의 진정한 복원이 가능한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 지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되는가를 따져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SBS 뉴스는 설 연휴 첫날인 지난 6일 설 민심을 알아보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4일과 5일 이틀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는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얼핏 보아 앞뒤가 맞지 않는 응답결과를 보였습니다. 개편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찬성한다는 의견이 63.8%로 반대 의견 28%를 월등히 앞섰습니다. 반면에 통폐합 대상 부처를 놓고 통폐합에 대한 찬반을 물어보자 찬성한다는 응답이 많은 부는 통일부와 정통부뿐이고, 반대한다는 응답이 많은 부가 과기부, 여성부, 해수부 등으로 통폐합에 반대하는 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뉴스는 아무런 설명 없이 여론조사 결과만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찬성이 많았지만, 구체적으로는 반대응답이 더 많이 나온, 이번 여론조사는 반드시 해석이 따라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작은 정부로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하니 밀어주어야 하지만, 어떤 부서를 통폐합 할 것인가는 좀 더 신중히 결정하라는 것이 여론조사에 반영된 민심이라는 해석도 가능하고, 또 다른 해석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이날 뉴스는 또 이명박 당선자가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67.8%로 못하고 있다 24.9%의 두 배 이상 많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 12월 23일 SBS 뉴스가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명박 당선자가 일을 잘 할 거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86.3%의 응답자가 잘 할 거라는 기대를 나타낸 바 있습니다. 그 이후 40여일 사이 국민의 기대가 무려 18.5%나 떨어진 것입니다. 뉴스는 이 점을 지적하면서 그 이유를 분석했어야 합니다. 뉴스는 지난 9일 대선 이후로 호남의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당보다는 인물을 봐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뉴스의 이와 같은 판단은 한나라당 정부에 대한 견제세력을 형성할 정당이 통합되지 않고 몇 갈래로 나뉘어져 있을 것을 전제로 한 여론이었습니다. 따라서 ‘당 보다는 인물’이라는 인식이 4월 총선에서 나타날 호남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을 말해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뉴스가 언급했어야 합니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가 환경감시 기능입니다. 숭례문이 열리면 99년만의 개방이라는 의미를 부각시키기에 앞서 개방과 관련하여 준비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파장이 한국경제에 미치고 있는 현 상황을 보도하면서 요동치는 주식시세에만 매달리지 말고, 수출과 내수 등 우리의 실물경제가 받고 있는 타격을 추적하는 것도 뉴스의 중요한 환경감시 기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