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로 변해버린 숭례문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착찹함을 금치 못했다.
시민들은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문화재인 '국보 1호'가 이렇게 힘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데 대해 "'자존심 1호'가 무너진 것 같다"며 애통함을 표시했다.
이처럼 '국가대표' 문화재로 대접받아온 숭례문은 그러나 40여년간 지켜온 국보 1호 타이틀을 둘러싸고 영광만큼이나 비애도 많았다.
숭례문이 국보 1호로 지정된 것은 지난 1962년 12월.
당시 문화재보호법 제정과 함께 여러 문화재들을 지역별로 일괄 국보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서울에 위치한 숭례문이 중요성 등을 고려해 1호 지위를 얻게 된 것이다.
지정번호가 문화재 관리를 위한 일종의 고유번호이므로 엄밀하게는 국보 1호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치 있는 문화재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국보 1호가 갖는 상징성은 작지 않다.
이 때문에 숭례문이 과연 '대한민국 국보 1호'가 될 자격이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여러 차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국보 1호 교체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경우가 많았고, 숭례문 대신 훈민정음이나 해인사 팔만대장경, 직지심체요절, 경주 석굴암 등이 국보 1호에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실제로 문화재청(당시 문화재관리국)은 지난 1996년에 국보 1호를 훈민정음으로 교체하려다 불발된 적이 있으며 2005년에도 감사원이 문화재청에 국보 지정 변경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숭례문이 끊임 없이 '자격 논란'에 휩싸인 데에는 일제 식민잔재라는 의식도 한몫했다.
숭례문은 일제시대 조선총독부에 의해 조선 고적 제1호로 지정됐으며 이것이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 국보 체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 2003년에는 숭례문이 한일합방 직전에 교통 장애 등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일제에 의해 헐릴 뻔했으나, 임진왜란 당시 가토 기요마사가 이끄는 왜군이 입성한 문이라 해서 보존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숭례문의 국보 1호 해제 요구가 더욱 거세지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과 몇차례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지켜온 국보 1호 타이틀은 이번 화재로 인해 또한번 위기를 맞았다.
문화재청은 일단 숭례문이 정밀 실측도면에 의해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될 계획이라는 점과 1호가 지닌 상징성을 감안해 복원 이후에도 국보 1호 지위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원형의 대부분이 손상된 만큼 지위 해제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로 보물 163호였던 쌍봉사 대웅전과 보물 479호였던 낙산사 동종은 각각 1984년과 2005년 화재로 소실됐다 복원됐지만 이후 보물 지정이 해제됐다.
또 문화재청이 현재 문화재 등급 체계 개선을 추진하면서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국보와 보물의 일련번호가 없어지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국보 1호 숭례문'은 이미 시한부 타이틀인 셈이다.
그러나 숭례문이 국보 1호 타이틀로 인해 시달려온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숭례문이 국민들에게 갖는 상징적 의미가 얼마나 컸는지는 화재로 무너진 숭례문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참담한 심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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