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며칠 앞둔 평일 오후, 동대문 의류 시장에는 구경하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설 특수를 누리고 있는 듯 시장 곳곳이 무척 분주해 보이는데요.
그러나 실상은 겉보기와는 전혀 다릅니다.
[김화순/시장 상인 : 청계천 생기고부터 손님은 많은데 실속은 하나도 없어요. 20명 중에 한 두 명 살까 말까 하거든요.]
청계천 복원 이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좀처럼 물건은 구입하지 않는다는 말인데요.
설날이라고 해도 특별히 사는 것이 없습니다.
[문복녀/서울시 구로구 : 옛날 같지 않고 구정이라고 명절 빔 하고 그러지 않잖아요. 그냥 조촐하게 지내는데….]
IMF 이후 계속해서 감소해 오던 매출이 올 들어 최악의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상인들의 근심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서정선/시장 상인 : 재래 시장 살리려고 하는데 우리도 밤 10시부터 나오면 오후 6시까지 있거든요. 정말로 노동하는 일당이 안 나옵니다.]
설 대목이면 으레 장사진을 이루던 지방 상인들의 발길까지도 뚝 끊겼습니다.
[장주홍/시장 상인 : 언제부턴가 안 오시더라고. 대구나 거래처가 많이 오셨는데 업종이 많이 바꾸셨어요. 자기들도 어려우니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산의 절반 가격도 안 되는 값싼 중국산 의류까지 판을 치고 있어 동대문 의류 시장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박동식/평화시장 대표이사 : 우리 자가 제품을 조그맣게 라도 팔면 도매를 하면 30프로 씩 마진을 봤거든요. 지금은 중국 제품이 들어서 똑같은 가격에 내 놓고 파니까 마진을 볼 수가 없잖아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설 특수라는 말은 의류시장에서 사라진지 이미 오래입니다.
설빔의 기대를 안고 가장 먼저 설날을 느낄 수 있었던 의류시장.
대목으로 활기차고 들뜬 시장의 분위기는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이제 옛 모습이 돼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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