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법정에서 공판검사에게 재판장을 고발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석궁테러 사건'으로 기소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는 28일 서울 동부지법 형사1부(이회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서 이 부장판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공판을 맡은 박혜경 동부지검 검사에게 고발했다.
김 씨는 이 부장판사가 불법으로 사료되는 정황을 인지하고도 공무원인 판사로서 고발하지 않는 행위를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고소·고발 절차에 따라 고발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사건 피해자 박홍우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사건 현장에 나온 아파트 경비원이 발사된 화살의 깃 부분이 부러졌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으나 증거물로 압수된 화살 3개는 모두 멀쩡하다며 박 부장판사의 위증이나 사건을 수사한 백재명 검사의 증거인멸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왔다.
형사소송법 237조는 고소 또는 고발은 서면 또는 구술로써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김 씨의 변호인은 "고발은 분명히 효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 씨의 이날 고발은 '화살이 박 부장판사의 몸에 맞지 않았다'는 자신의 주장이 충분한 검증을 거칠 수 있도록 재판장이 재판을 적극 진행해달라고 촉구하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김 씨는 ▲ 몸에 맞은 화살이 부러졌다는 증언이 있지만 증거물들은 모두 멀쩡하고 혈흔도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 ▲ 양복-조끼-와이셔츠-내의-러닝셔츠에서 조끼, 내의, 러닝셔츠에 혈흔이 있지만 와이셔츠에만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피해자의 자해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공판에서도 `부러진 화살'의 존재 여부 및 행방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으나 당시 초동수사에 참여했던 경찰관들은 증인으로 나와 '부러진 화살은 기억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김 씨와 변호인은 화살이 몸에 맞지 않았음에도 고위법관인 피해자가 맞았다고 거짓말을 한 탓에 이를 은폐하려고 부러진 화살을 수사관들이 폐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 씨는 "석궁을 들고가든 대포를 들고가든 내가 한 행위로 인해 상처를 입었는지 여부를 검찰이 입증하는 걸 보여달라"며 "검찰은 석궁화살에 의한 상처란 걸 입증하지 않고 막연하게 유죄란 걸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검사는 이에 대해 "증거물들은 이미 제출됐다"고 말했고 재판장은 "검사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고 그걸 못하면 당연히 무죄이지 않겠느냐. 판결을 기다리라"는 취지로 말했다.
항소심 3차 공판은 2월 25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