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오는 2010년부터 전국 고교에서 영어 이외 일반교과목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몰입교육' 방침을 밝히자 24일 일선 고교 교사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교사들은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면 학생들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에 혼란이 올 것이며, 준비기간도 짧아 학생과 교사 모두 수업에 힘이 들 것"이라고 우려했으며 일부는 "지금도 수업내용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이 있는데 앞으로는 이런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무엇보다 영어수업이 공교육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휘문고 윤리담당 유성오(49) 교사는 "영어몰입교육은 영어를 잘 하는 학생을 키우겠다는 것인데 어학은 수단일 뿐 국제사회에서 진짜 경쟁력은 창의력과 다양성에서 나온다"며 "공교육은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과 창의력을 키워줘야 하는데 영어수업은 오히려 이를 사장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잠실고 국사담당 이성현 교사는 "모든 교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면 자라나는 학생들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영어 만능주의가 교육의 전부는 아니다"고 비판했다.
부천여고 윤리담당 지정희 교사도 "고교 교사들은 지금도 수업준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며 "영어로 가르치다 보면 수업내용에 충실하기보다 영어수업 자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부터 영어몰입교육을 도입한다는 인수위의 방침에 대해 준비기간이 짧아 교사와 학생 모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신여고 수학담당 최규선 교사는 "취지는 공감할 수 있지만 준비기간이 너무 짧다"며 "영어 이외 교과담당 교사는 한 번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해보지 않았는데 2년 만에 준비를 마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의정부여고 생물담당 김태호(41) 교사는 "과학이라는 과목 자체가 개념을 중요시하는데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면 학생들은 개념이해에 앞서 언어 장벽을 느끼면서 이중적 혼란을 겪을 것"이라며 "교사는 물론 학생도 모두 힘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교사들은 "교육 현장을 모르는 정책일 뿐"이라며 "현장에서 '영어수업'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성고 국사담당 김동림(43) 교사는 "인수위나 대통령당선인이 갖고 있는 기업형 마인드는 교육현장과는 맞지 않는다"며 "영어몰입교육에 대해 언론에서 크게 보도되고는 있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선유고 수학담당 이정재(39) 교사도 "기존 교사를 재교육한다고 해도 '영어수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정부에서 방침이 내려온다고 해도 일선 교실에서는 영어수업을 따라갈 학생이 절반도 채 안될 것이므로 그렇게 가르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