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가 불법체류하며 어렵게 마련한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주인집을 찾아갔다가 되레 퇴거불응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23일 전세금을 돌려달라며 주인집을 찾아가 나가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은 혐의(퇴거불응)로 중국동포 황모(49)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 22일 오후 9시께 종로구 숭인동 임모(49) 씨의 집으로 찾아가 "전세금 2천300만 원을 돌려달라"며 나가라는 임 씨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황 씨는 이날 낮 12시께 임 씨의 집을 찾아갔다가 '엄마가 9시 넘어야 돌아온다'는 아이들의 말을 듣고 오후 9시께 다시 찾아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99년 9월께 부인과 함께 입국한 황 씨는 6년간 불법체류하면서 공사장과 식당 등을 전전하며 전세자금 2천300만 원을 모아 2004년 3월 임 씨의 집 1층에 전세를 얻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께 부인이 불법체류자로 단속돼 강제출국되고 황 씨 역시 2005년 7월께 자진신고하고 출국하게 되자 황 씨는 처형 정모 씨에게 전세금을 대신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2006년 정식 비자를 받아 다시 입국했지만 여전히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황 씨는 이후 수차례 임 씨를 찾아갔으나 돌려받지 못하자 소송을 제기해 전세금을 돌려주라는 법원 판결까지 받아냈다.
황 씨는 경찰에서 "부부가 피땀 흘려 모은 돈인데 나중에는 제대로 만나주지도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집으로 찾아갔다"고 말했다.
임 씨는 "형편이 어려워 남의 집에서 도우미로 일하고 있고 집마저 경매에 넘어간 뒤 2차례나 유찰돼 전세금을 내어줄 수 없었다. 집이 팔리면 전세금을 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부인과 고생해 모은 돈을 돌려받지 못한 황 씨는 창신동에 월세 5만 원짜리 방을 얻어 지내며 매일 인력 시장을 통해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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