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 병력을 파병할 때마다 국회의 비준을 거쳐야 하는 현행 관련 법을 수정할 움직임을 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제분쟁에 신속히 대처해 파병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PKO 참여 확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1년 후의 파병계획에 대해 전년도에 미리 국회의 동의를 구해 놓는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특별법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국회 비준을 받는 시간 소요 등으로 PKO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이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입법안이 확정돼 국회를 통과할 경우 국회의 파병동의권이 완화되는 등 파병절차에 관한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그간 유엔 측의 파병요청이 있을 때 국회 동의 등 국내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파병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많아 국회 파병동의권을 일부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 뿐 아니라 정부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한나라당 김무성·송영선 의원과 대통합민주신당의 김명자 의원은 PKO 파병시 국회동의권한을 완화시킨 내용의 PKO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350명 이내의 PKO 병력 파병을 전제로 전년도에 미리 동의를 받 는 안을, 송 의원은 연대급(1천500여 명) 이하 병력을 먼저 보내고 90일 이내 사후 동의를 구하는 안을 각각 제출했다.
김명자 의원의 법률안 골자는 300명 이하 병력을 미리 보내고 5개월 이내에 국회 사후동의 절차를 진행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김무성 의원의 PKO 법률안을 참조해 특별법안을 만들되 상황이 여의치않을 경우 김 의원의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국회에 협조를 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의원의 법률안이 포괄적 사전동의를 명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비부대의 설치 운영, 3년 이내 파병기한 연장, 관련부처 PKO 정책협의회 설치 등 정부의 입장에 상당히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지난 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 때 PKO 상비군 1천여명을 편성 운영하는 등 PKO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보고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PKO 상비부대 설치 조항이 담긴 법률안이 2~3월께 국회를 통과하면 즉시 상비군 선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는 PKO 활동을 국제분쟁 중재 임무는 물론 대규모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복구지원 등으로 확대하기 위해 '평화유지군'에서 '평화협력군'으로 개념을 변경하는 방안도 강구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가 PKO 파병에 대한 포괄적 사전동의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의 관행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PKO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는 37개 국으로, 이 가운데 국회 동의를 필요로 하는 국가는 14개국에 불과하다는 것.
국회 동의를 필요로 하는 국가 중 독일과 오 스트리아는 소규모 병력을 파병하거나 상황의 시급성으로 신속 파병이 요구될 때는 파병 후 국회에 보고토록 해 사실상 국회 사전동의권한을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동의'를 골자로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국군의 해외 파병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헌법 제60조 2항에 위배될 수 있고 현재도 국회동의 절차가 그리 길지않다는 점에서 명분이 약하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PKO 파병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돼 통과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레바논의 동명부대가 11일, 동티모르 상록수부대 7일, 앙골라 공병부대 3일, 서부사하라 의료지원부대 16일, 소말리아 공병부대 18일 등이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 특별법안이 마련되지 못한 것은 의원입법안 3건이 국회에 제출됐기 때문"이라며 "매번 국회 동의를 구하지 않는 내용의 정부 입법안을 조속히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는 한편 정부의 입법 취지를 국회에 충분히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