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흘러나온 소식들은 경제 교육 대북정책 등의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인수위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정책의 변화가 이미 이명박 당선인의 대선공약에 들어있었던 것으로 국민의 동의를 받은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실은 지난 해 대선은 ‘BBK’와 같은 네가티브 공방에 몰두하느라 정책검증은 거의 하지 않고 건너뛰었기 때문에 대선공약이라고 하여 국민의 동의를 받았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3일 SBS 뉴스는 새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의 급격한 변화로 ‘교육 쓰나미’가 올 것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비판을 전했습니다. “3불정책은 박정희 대통령 때 시작해 오랜 기간 합의를 이뤄 온 사회적 규약이니 바꿀 때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대선 때 선택받은 교육 정책"이라고 반박했다고 뉴스는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대선 때 언론은 이명박 당선인의 교육정책을 놓고 철저한 분석과 토론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검증 없는 새 정부 정책 보도는 대북정책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7일 SBS 뉴스는 대통령직 인수위가 지난 해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것 상당부분을 사실상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뉴스는 남북 정상회담 합의가 국제법상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이며, 합의 중 재검토가 가능한 부분은 어디까지인지 등에 대한 토론을 이끌어내지 않았습니다. 노동정책 보도는 더욱 황당합니다. 8일 뉴스는 인수위가 노동부에 노사관계 불안을 해소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노사관계 불안을 해소하는 것은 당연한 정책목표이며, 문제는 어떤 정책을 통해 이 목표에 도달하느냐 하는 것인데, 뉴스는 이에 대해서도 아무런 분석이 없었습니다.
지난 8일 SBS 8시뉴스는 대통령직 인수위가 내놓은 주요 경제정책들을 분석했습니다. 뉴스는 “새 정부의 청사진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대목은 단연 친 기업으로 요약되는 경제정책”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뉴스가 정리한 친 기업정책은 기업들이 투자의 발목을 잡는다고 호소해 온 금산분리 완화와 출자총액제한 폐지, 검찰의 포괄적인 기업 수사와 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 축소 등이라고 정리했습니다. 뉴스는 대기업 위주의 규제완화 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특정 소수 재벌의 투자확대를 통해서 그 떡고물이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성장전략”이라는 전문가의 비판을 인용했습니다. 이와 같은 친 기업정책은 항목 하나하나에 대해 집중적인 분석과 토론이 필요한 중요한 정책변화들입니다. 그러나 뉴스는 이런 정책이 나올 때마다 주요기사로 다루면서도 분석은 없이 전달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기사 말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거나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또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는 등의 꼬리를 다는 것이 ‘분석’의 전부였습니다.
인수위가 추진하는 정책들에 대한 언론의 치열한 검증보도가 절실합니다. 이들 정책이 대선에서 선택받았다는 당선인 쪽 주장에 따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정책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은 언론이 이제부터 해야 할 중요한 일입니다. 인수위가 내놓은 정책은 어떤 문제점이 있으며,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와 관련한 의제를 만들어 활발한 토론을 이끌어야 합니다.
지난 7일 경기도 이천의 냉동 물류창고에서 불이 나 40명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당하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는가에 대해 7일과 8일 SBS 뉴스는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불이 난 곳이 탈출과 진화가 쉽지 않은 지하였고, 여기에 인부 30여 명이 몰려 있었으며, 현장에 널려 있던 LP 가스통과 같은 폭발성 물질이 폭발함으로써 창고의 소방기구도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입니다. 뉴스는 큰 사건이 일어나면 으레 밟게 되는 사고 처리과정을 추적했습니다. 뉴스는 사건의 초점인 화재 발생의 원인과 책임소재, 회사 쪽과 유족들의 보상협상, 그리고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뉴스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부각시켰어야 할 중요한 소재를 그냥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그것은 희생자 중 중국의 동포들이 13명이나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한 지난 8일 SBS 뉴스는 “코리안 드림을 가슴에 안고 새해 첫날 한국 땅을 밟은 중국 동포 김군 씨는 일을 시작한지 불과 닷새 만에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또 중국 동포 희생자 유족들은 중국에 있는 가족들의 입국을 허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날까지도 뉴스는 희생자 중 중국 동포가 몇 명이나 포함되어 있는지를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천 냉동 창고 화재에 대해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외교부에 특별지시를 했고, 외교부 대변인이 “중국은 이번 사고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발표하는 등 중국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이번 화재 참사에 대해 “조선족 노동자 13명의 ‘코리안 드림’이 이천 냉동 창고 화재로 비극적인 끝을 맺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코리안 드림을 가슴에 안고 한국에서 열악한 생활을 견디고 있는 조선족이 30만 명에 이른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참사는 ‘조국’에 와 있는 조선족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