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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기 - 미국 '스승의 날'은 부담없는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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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스승의 날이 있을까. 있다면 어떤 모습이고 우리와는 어떻게 다를까. 미국 연수기간중 맞이한 ‘스승의 주간’ 행사는 참 인상 깊었다. 미국의 학제는 9월에 시작되어 6월 초에 한 학년을 마치게 된다. 그러니까 학기로 볼 때 미국에서 5월은 우리나라의 2월 즉, 학기말에 해당된다.

학기말인 5월 둘째 주부터 ‘Teacher Appreciation Week’ 라는 행사가 시행된다. 이 기간 동안 선생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진다. 길고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직전에 이 행사를 통해 그동안의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이다.

이 행사는 시 전체가 참여하는 형태를 취한다. 교육청은 물론, 학군 내에 있는 식당, 헬스클럽, 미용실, 서점, 극장, 이발소, 마사지 클럽, 꽃집 등 거의 모든 업종들이 이 행사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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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관에 마련된 행사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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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참여방식은 이렇다. 행사를 주관하는 교육청(Lincoln Center)에서 꽃다발이나 식사쿠폰 등을 일정 가격에 판매한다는 전단지를 2주전부터 각 가정에 배포했다. 꽃다발은 5달러, 아침식사 쿠폰은 25달러 정도였다.

학부모가 이들 쿠폰을 사면, 해당업소에서는 원래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선생님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그 차액을 교육기금으로 기부하는 형태이다. 필자도 25달러짜리 식사쿠폰을 교육청에서 구매했다.

스승의 주간 첫날에는 등교길이 아이들이 갖고 오는 꽃들로 말 그대로 꽃길이 된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이 학교에 갖고 갈 꽃의 대부분은 집 앞마당에서 꺾은 꽃들이란 거다. 단독 주택이 대부분이고 마당이 넓다 보니 집들마다 꽃이 넘쳐나는데, 이런 꽃들이 스승의 주간에 유용하게 쓰이는 셈이다. 

꽃은 세 송이나 세 다발을 갖고 오라고 권한다. 왜냐하면 담임, 부담임과 함께 학교에서 일하는 서무직 등 다른 직원들을 모두 배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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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주간 행사 첫날, 필자는 자원봉사를 자원했는데, 아이들이 갖고 오거나 배달된 꽃들을 모아서 분류한 뒤, 그 꽃들을 학교내 직원들에게 골고루 분배하는 일이었다.

꽃 뿐만 아니라, 우리처럼 조촐한 선물도 마련해 선생님에게 드릴 수 있다. 다만 직접 전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교내 로비에 마련된 선물상자에다 받을 선생님 이름을 적은 선물을 내면, 학교 사무실에서 이를 모아다 해당 선생님에게 전달해준다. 선물 하나에도 부담을 줄이고 투명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선물은 직접 담임 선생님에게 전달해도 무방하다. 필자의 경우는 장미꽃 1송이와 한국에서 사온 전통문양의 보석상자를 잘 포장해서 아이들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선생님들은 무척 고맙다는 카드와 인사말을 전해왔다.

선물도 주고받기가 부담스런 고가품보다는, 목욕용품이 들어있는 작은 바구니나, 도서 상품권, 영화 또는 스포츠 관람권 등이다. 그리고 선물의 목록도 대부분 학교에서 제시해준다. 스승의 날만 되면 선물의 무게를 두고 학부모들이 골을 싸매는 우리네 풍경과 무척 대비되는 모습이다.

유학생이나 연수생 가족 등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인 지역에서는 스승의 주간 때 웃지 못할 해프닝도 가끔 생긴다. 어떤 학부모는 한국에서 ‘스승의 날’ 때 하던 대로 이백 달러짜리 상품권을 봉투에 넣어 선생님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것을 받은 미국 선생님이 너무 고액이라 기겁을 하고 학교 사무실에 신고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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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나 기부 뿐만 아니라, Teacher Appreciation Week에는 다양한 행사도 많이 펼쳐진다. 학부모들이 담임과 함께 어떤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가 하면, 교실을 정리 정돈하는 걸 도우기도 하고, 학교 정원을 가꾸는데 참여하기도 한다. 굳이 돈이나 물질이 아니더라도 시간과 정성을 기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번 행사를 지켜보면서, ‘스승의 주간’이 개인별 사은이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참여하는 축제와 같은 모습을 갖고 있는데 대해 무척 인상 깊었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네 스승의 날은 내 아이만을 위한 개인적인 사은에 치중하는 이기적인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선물에 대한 부담 때문에 우리네 스승의 날은 학부모와 선생님 모두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는 괴물로 변해버린 느낌이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스승의 날을 방학기간으로 바꾸자는 방안까지 거론된다는 한국내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진정한 의미는 퇴색하고 부담과 부작용만 남은 우리네 스승의 날과 달리, 부담을 최소화하고 지역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축제로 일궈내는 미국의 ‘스승의 주간’은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참 부러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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