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은 임기 말에 건강이 악화한 데다 연로해 힘든 시간을 보냈으며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내무장관의 정치적 부상에 크게 고통스러워 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미니크 드 빌팽 전 총리의 측근이었던 전직 고위관료 브뤼노 르 메르는 내주 펴내는 '정치인들'이란 책에서 12년 권세를 누려온 시라크가 임기 말인 2005-2007년 보여준 초췌한 모습을 소개했다.
미리 공개된 책 내용에 따르면 시라크 전 대통령은 이 시기에 육체적으로도 노쇠해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실정치에서 사실상 거리를 두었을 뿐만 아니라 우유부단한 모습까지 보였다.
빌팽 전 총리는 시라크가 2005년 12월 관상동맥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하자 르 메르에게 "당신도 알다시피 대통령은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네. 권력이나 정부, 선거, 정당 등 모든 문제는 이미 그의 관심사가 아니네"라고 말했다.
빌팽은 또 "대통령은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전혀 모르고 있어. 그의 유일한 목표는 (대통령에)재선되는 것이었지만 그 것도 이미 물건너갔지"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육체적으로도 힘든 가운데 시라크 전 대통령은 사르코지와의 경쟁관계로 더욱 더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한때 그의 문하생에 불과했던 사르코지가 그의 휘하에 있는 정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을 장악해 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큰 고통을 받았다고 르 메르는 전했다.
심지어 시라크 전 대통령은 "그 누구도 나만큼 니콜라 사르코지 때문에 고통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변에 호소했다.
시라크는 그럼에도 사르코지가 필요한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사르코지와 빌팽의 관계에 대해 르 메르는 상호 존중과 증오가 혼재된 것으로 묘사하고 빌팽이 체구가 작은 사르코지가 글래머와 화려한 부 등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에게 '톰 크루즈'라는 별명을 붙였었다고 전했다.
당시 시라크는 퇴임 후를 보장받기 위해 빌팽 총리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밀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 시라크와 빌팽은 사르코지 대통령 취임 후 검찰의 수사를 받으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파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