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이래 석 달 째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행복한 복희씨>를 쓴 박완서 선생은 올해 78세십니다.
박경리 선생이 <토지>를 끝내며 사실상 현역에서 은퇴했을 때가 69세 때니, 박완서 선생이 올 겨울 '현역 최고령 베스트셀러 작가'에 등극(^^)했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박완서 선생 댁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박완서 선생님 댁이죠?"
"네"
"SBS 문화부의 이주형 기잡니다"
"그런데요?"
소설에서 읽혀지는 박완서 선생 고유의 따뜻한 온기라고는 1%도 머금지 않은 듯한 음성이 전화선을 타고 고막에 와서 '챙'하고 부딪혔습니다.
박완서 선생은 언론 특히 TV와 인터뷰하면 번거롭고 신경쓰이는 게 싫어서 근 몇 년동안 인터뷰를 대개는 고사해왔습니다.
새 책이 나오면 출판사에서 언론사 기자들을 한데 모아 여는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도 석달 전 <행복한 복희씨> 출간 때가 처음이라더군요.
아시겠지만 나이가 들면 아무리 좋은 이유와 구실이 있는 일이라도 귀찮아서, 신경쓰기 싫어서 안 하는 것들이 있는 줄로 압니다.
일상의 리듬을 깨뜨리고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죠.
가끔은 나중에 맘 상할 일이 생기기도 하구요.
성격상 남들은 별 신경 안쓰는 일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하는 사람도 있구요.
아무리 방송에 짧게 나가도 방송 촬영은 불가피하게 품이 꽤 들기 때문에 사실 저도 이해는 했습니다만, 많은 독자들이 박완서 선생의 육성을 듣고 싶어할 테고, 저 역시 <행복한 복희씨>의 인기에 대한 선생님의 반응이 궁금하기도 해서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조른 끝에 가까스로 허락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렇게 여러 세대의 공감과 인기를 얻을 수 있냐고 전화로 여쭤봤던게 도움이 됐을까요?
(이 팩트엔 약간의 아부가 섞이기 했지만 거짓까지 섞이진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그저 "제 고정 독자가 한 10만명 된다고 하더라구요..."하며 말꼬리를 흐리시더라구요.
한데 그 음성엔 박 선생님 고유의 온기가 살짝 묻어있었습니다.
많은 스태프들로 집안을 어수선하게 하지 않을 것이며 되도록 신경쓰이게 하지 않겠다고 묻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다짐?^^하고 약조한 저는 드디어 오늘 구리시에 있는 박 선생님의 자택(동네 사람들이 '노란집'이라 부르는)에서 박완서 선생님과 저렇게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박완서 선생님은 듣던대로 소녀 같았고, 처음의 차가운 목소리와 달리 친절했습니다.
박 선생님과 인터뷰, 다음 포스트부터 자세히 풀어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