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서초구청 대회의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영어 간부 회의가 열린 회의실에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첫 보고자인 송택주(58) 서초1동장이 기초노령연금 수급대상 문제 개선 방안을 보고했다.
"기초노령연금 수급대상 문제 개선 방안에 대해 건의 드리겠습니다. I'm going to report about suggestions for the basic old-age pension. The problem is that this system doesn't reflect the actual economic status of the applicants(기초노령연금에 대한 제안 사항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문제는 기초노령연금 제도가 신청자들의 실질적인 경제적 사정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두꺼운 돋보기안경을 쓴 송 동장이 더듬거리며 짧은 보고를 영어로 한 뒤 긴 한 숨을 내쉬었다.
이어 서초2동장이 '따뜻한 겨울 보내기'를 주제로 보고하는 등 한 시간 가량 영어간부회의가 이어졌다.
일부 외국계 회사 등에서만 열리던 영어 회의가 지자체에 상륙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서초구 국.과장, 동장 등 56명의 서초구 5급 이상 간부들은 모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간부들은 영어로 작성된 파워포인트 자료를 바탕으로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이에 대해 영어로 질의.응답을 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간부는 "한글로 회의를 해도 간부회의에서는 긴장하기 마련인데 영어로 회의가 진행돼 진땀을 흘렸다"며 "그러나 한 번 영어로 회의를 하고 나니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첫 영어회의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구는 이를 위해 지난 6월부터 5급 이상 모든 간부들을 대상으로 매일 업무가 끝난 뒤 3시간 반 동안 3주 동안 말하기 중심의 영어교육을 실시했다.
박성중 서초구청장은 "저도 영어를 잘 못하고 간부들의 영어 수준도 초급 단계지만 간부들이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데 이번 회의가 좋은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서초구를 영어가 통하는 글로벌 도시로 만드는데 구청 직원들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서초구의 영어 간부회의는 이날 시범 실시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분기별로 한 번씩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