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레이스가 결승점을 향해 가면서 각 당 후보들의 이색유세 대결도 열기를 더하고 있다.
유권자가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라도 `발바닥에 땀 나도록' 뛰어다니는 이들에게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톡톡 튀는 유세전략은 현장에서 최대의 무기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영.호남을 돌며 해당 지역의 `지명'이 들어간 가요 릴레이를 펼쳤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디스크자키(DJ)를 연상시킬 정도로 현장 분위기 띄우기를 주도한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풍찬노숙'식의 `숙박투어'를 이어가는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추격전에 갈 길이 먼 다른 후보들과 달리 지지율 1위의 이명박 후보는 13일 이후 거리유세에 `쉼표'를 찍고 민생.정책 행보에 무게중심을 옮기며 한결 여유로운 모습으로 `굳히기'에 나서는 등 대조를 이루고 있다.
◇鄭 무반주로 `노래' 열창 = 스스로 `박치'라고 평할 정도로 `명가수'는 아니다. 그런 그가 유세 때 몸 사리지 않고 마이크를 잡은 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지난 3일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부산갈매기'를 부르며 5년 전 당시 노 후보가 이 노래로 부산 표심을 흔들었던 것과 오버랩되는 장면을 연출했다. 범여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을 찾은 13일에는 목포시청 앞 연단에 오르자마자 무반주로 `목포의 눈물'의 절절한 가락을 뽑아내 앙코르 박수를 받아냈고, 내친 김에 광주에서는 `남행열차'를 열창하며 호남 민심을 한껏 자극했다. 영.호남의 상징적 노래를 직접 부르면서 절박함을 호소하는 감성 파고들기 전략으로 읽혀진다.
"참여정부 미워도 정동영이는 너무 미워하지 말라"며 `미워도 다시 한번'의 읍소 전략도 구사한다. 후보 부인 인기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부인 민혜경씨가 종종 동행유세에 나서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 민씨를 와락 끌어안으며 `여보 사랑합니다'라는 공개고백을 하기도 한다. 현장에서 만나는 유권자들 마다 으스러지도록 껴안는 `진한 포옹'은 유세 기간 그의 대표적 브랜드가 됐다.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라는 어구는 항상 유세 첫머리를 장식하는 후렴구. 편안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웅변 스타일을 자제했던 그는 검찰의 BBK 수사발표 이후 격정적 연설 스타일로 `원상복귀'했다. 14일 제주 유세 도중 추위 속에서도 목도리와 외투를 풀어헤치며 젊은 후보라는 점을 과시하기도 했다.
◇李 느긋, 여유..`디스크자키' 방불 = 다른 후보들과 달리 지난 13일 영남권 유세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지방 가두유세를 끝내고 대선일까지 민생.정책 행보에만 진력키로 했다는 후문이다.
검찰의 BBK 수사발표 이후 지지율이 한층 더 탄력을 받으면서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는데 따른 느긋함과 여유,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
다른 후보들에 비해 이 후보는 가장 `고전적인' 유세 방식을 고수하는 편이라는 게 대체적 평. 그러나 거듭되는 거리유세로 연설에 탄력이 붙으면서 최근 들어선 연설 전후에 "노래 좀 틀어보라"고 직접 로고송 연주를 `신청'하곤 한다. 이어 음악에 맞춰 기호 2번을 상징하는 `V' 자를 그린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띈다. 무대 위의 DJ를 방불케 한다는 평이 나올 정도.
손동작과 함께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는 동작을 연거푸 반복하며 "따라하세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흥을 돋우는 등 청중들과의 호흡을 중시한다.
또한 연설 중간중간에 '거기 ○○빵집 아줌마, 내 말이 맞으면 손들어 보세요"라는 식으로 거리에 있는 점포의 상호를 직접 불러가면서 자신의 연설에 호응해줄 것을 주문하는 것 또한 유세의 흡인력을 더해주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
첫 유세일정으로 찾은 동대문 시장 상인이 선물로 건넨 푸른색 목도리는 거리유세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소품으로 안정적이고 활기찬 느낌을 더해준다.
◇昌 `숙박투어'..`모텔에서 조각잠' = 대선 후보 중 최연장자이지만 외지에서 `한뎃잠'을 자며 스트레이트로 지방을 훑는 `숙박투어'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뒤늦게 출사표를 던진 만큼 전국 방방곡곡을 부지런히 누비려면 일분 일초도 아깝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에 따라 `고공전'에 방점을 뒀던 초반과 달리 하루에 2∼3개 시도를 넘나들며 7∼10개씩의 일정을 소화하는 등 `지상전'에 올인하고 있다.
무소속인 탓에 유세 때 출격하는 대규모 `지원부대'가 없다 보니 이혜연 대변인과 함께 단출하게 움직인다. 자신을 이순신 장군에 비유하며 비장감을 표현하곤 한다.
지난달 12∼14일 대전과 대구에서 각각 1박을 하며 2박3일 일정으로 대전 대구 마산 창원을 돌았다. 이달 들어서도 3∼4일, 7∼8일, 12∼13일에 이어 14일 충남 천안과 조치원, 대전, 옥천과 경북 지역까지 숨가쁜 텃밭 다지기 행보를 보인 뒤 대구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15일 대구, 부산 유세일정을 이어갔다.
지방 투어를 할 때는 항상 모텔을 이용하며, 식사도 재래시장이나 휴게소 등에서 해장국 등으로 간단하게 때우면서 서민적 면모를 강조한다.
막바지로 가면서 `입담'도 한층 날카로워지고 있다. 이명박 후보를 `한나라당과 그 후보'로 우회적으로 표현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이름을 직접 거론하는가 하면 지난 14일 천안에서는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서 면죄부를 받았다" "이명박에 속아서 `핫바지'가 되겠는가"라고 직격탄을 날리는 등 수위를 높이고 있다.
◇權.李.文 =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20대 지지자들과 함께 인기 여성그룹 원더걸스의 '텔미'에 맞춰 춤을 추는 동영상을 선보이는 파격을 시도했다.
유머에 약한 편이지만 "이명박을 찍는 것은 도박, 정동영을 찍는 것은 쪽박", " 이건희 삼성 회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등의 비유를 즐겨 쓴다.
유세 장소 선정에 있어서도 선명한 진보적 색채를 드러내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삼성 특검과 관련, 태평로 삼성 본관과 청와대 앞에서 유세를 펼치기도 했고, 다른 후보들이 주로 수도권 지하철역에서 출근유세를 벌이는 것과 달리 지방의 대규모 공장지대 인근이 권 후보가 유세차 자주 찾는 단골 장소.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지난 11일 2차 TV토론 시작 직전 여의도 MBC 방송국 앞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깜짝 유세를 펼치는 순발력을 과시하며 "선거혁명을 통해 이인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최근 유세 현장에서 충남 당진의 한 30대 속옷가게 여주인이 "정열적으로 힘을 내 꼭 뜻을 이루길 바란다"며 선사한 빨간색 팬티를 선물로 받고는 "꼭 한번 입겠다"고 화답했다. 지난 14일 이 여성 지지자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취지에서 선거혁명을 상징하는 빨간 목도리와 함께 이 팬티를 입고 창원.부산.울산 유세 일정을 소화했다고 한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지난 1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유세 때 부인 박수애씨와 나란히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채 나타나 눈길을 모았다. 신선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퍼포먼스도 자주 선보인다.
14일에는 대학로에서 1천여 명 규모의 플래시몹(불특정 다수가 시간과 장소를 정해 모이는 번개 모임)을 시도했고, 12일 전주 방문 중에는 지지자들이 문 후보가 걸어갈 때 30m 길이의 광목을 세로로 찢어 길을 열어주는 이벤트를 선보였다.
앞서 지난달 29일 부산에서 희망의 종이비행기 날리기 행사를 진행했고, `부패'라고 쓰인 달걀을 깨서 마셔가며 `부패를 깨뜨리는 후보'라는 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