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유출된 기름이 저지선을 뚫고 '오일볼(Oil ball)' 형태로 멀리 안면도까지 밀려들면서 유류 피해가 서해 남쪽으로 확산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해경 방제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항공순찰 결과, 안면도에서 서쪽으로 27㎞ 떨어진 토도 인근 해상에 퍼져 있던 기름띠가 오일볼이 돼 안면도 해안 10여㎞ 구간에 밀려든 것으로 관찰됐다.
오일볼은 유출된 원유의 휘발 성분이 대기로 날아간 뒤 남은 기름 찌꺼기가 불순물 등과 섞여 '공' 형태로 만들어진 것으로 조류와 물고기, 해조류 등에 큰 피해를 주게 된다.
관심은 이 오일볼이 어디까지 확산할 지로 모이고 있다.
오일볼이 발견된 안면도 해안은 남방 저지선이었던 가의도에서 30여㎞ 이상 떨어진 곳으로 천혜의 자연환경과 어장을 간직하고 있어 집중적인 방제가 이뤄져왔다.
전문가들은 서해안의 조류와 풍향 등을 감안할 때 이는 예상됐던 일이라는 입장이다.
한국해양연구원 이문진 박사는 "겨울철 서해안의 전형적 풍향인 북서풍 내지 북동풍, 강한 조류, 낮은 수심 등을 고려할 때 기름띠와 오일볼의 남하는 충분히 예견됐다"며 "그동안의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안면도의 일부 피해는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오일볼은 수면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어 육안으로 쉽게 확인하기가 어렵다"며 "서해안의 특성을 감안할 때 시간이 흐르면서 안면도 남쪽으로 계속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 안면도에서 남서쪽으로 10여㎞ 떨어진 보령시 오천면 호도와 삽시도 해상에서도 기름띠와 오일볼이 일부 발견돼 지속적인 남하가 이뤄지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하지만 남하하는 오일볼의 양과 그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지찬혁 생태국장은 "초기 방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다량의 유처리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상당량이 남으로 이동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서해안 전역의 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연구원 심원준 박사도 "오일볼이 형성될 경우 바다 표층의 조류와 심해의 저서생물 모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해경 김영환 폐기물과장은 "남쪽으로 밀려 내려온 기름띠가 매우 적은 만큼 새로 형성되는 양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실제 항공 순찰에서도 추가로 남하하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과장은 "오일볼은 오히려 원유에 비해 수거가 손쉬운데다 안면도 일대에 대한 방제작업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처리가 될 것"이라며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생태계 파괴도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태안=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