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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순애" 이방인 생활 60년만에 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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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수용소 생활과 한국전쟁, 한국인 3남의 의붓어머니로 34년….

동아시아 현대사의 거친 흐름 속에 누구보다 굴곡 많았던 세월을 보낸 말레이반도 출신의 백발 할머니가 국내 체류 60여년만에 '이방인'이 아닌 한국인이 됐다.

내년이면 미수(米壽)를 맞는 마리얌 할머니는 1921년 3월 말레이반도에서 태어나 1939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슬하에 1남 2녀를 뒀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그는 1943년 일본군에 납치돼 싱가포르 수용소에서 전쟁포로로 노역 생활을 했다.

3년 뒤 마리얌 할머니는 수용소에서 만난 한국인 근로자 조모 씨와 부산으로 입항했고 이듬해 전남 함평의 한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혼인신고 없이 외국인 등록만 마쳤던 그는 수년간 조 씨와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지만 1955년 남편으로부터 버림을 받자 서울로 올라가 가정부 생활을 전전했다.

지모 씨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간 마리얌 할머니는 1959년 지씨의 처가 숨을 거두면서 사실상 지 씨의 아내로, 전처 소생인 세 아들의 의붓 어머니로 34년간 함께 생활했다.

막노동을 하는 남편을 뒷바라지 하고 염색공장 등지에서 직접 노동을 하며 아이들을 친자식처럼 키워 온 것이다.

그는 의붓 아들이 분가를 하고 1992년 지 씨마저 세상을 떠나자 주한 말레이시아 및 싱가포르 대사관을 찾았다.

불법체류 신분이었던 그는 국적을 되찾아 오랜 세월 찾지 못했던 고국 땅을 밟아보려고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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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출생 기록이 현지에 남아 있지 않아 국적을 입증할 자료가 없으므로 자국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가 신청 서류에 적은 '마리얌'이라는 성명은 국적없는 이름이 됐고 한국명으로 함께 적었던 '김순애'만 남게 된 셈이었다.

이런 사연이 국내 한 방송사에 알려지면서 마리얌 할머니는 지난 7월 방송국 제작진과 함께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어느덧 할머니·할아버지가 된 친자식 3명과 상봉하는 감격을 누렸다.

법무부는 이 사실을 접수한 뒤 지난 10월 외국인 인권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에 안건으로 상정했고 마리얌 할머니는 최근 출입국 당국으로부터 귀화허가 결정을 받아 60여년간의 이방인 생활을 접고 마침내 `한국인'이 됐다.

그러나 그는 고혈압과 노년 백내장, 심장판막증 등으로 천주교 무료 의료기관인 '성가복지병원'에 입원중이라 5일 오전으로 예정된 귀화증서 수여식에 참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마리얌 할머니는 동네 이웃들과 성당의 도움으로 근근이 생활하면서도 의붓 아들이 낳은 손자를 수시로 돌보시는 분"이라며 "또 다시 병원 신세를 지게 돼 어떻게 귀화증서를 전달해 줘야 할 지 고민이다"고 전했다.

한편 6일 오후에는 전국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일본인 H씨를 포함해 자녀를 출산한 혼인 귀화자 등 270여명에게 귀화증서가 수여된다.

H씨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강제징용돼 왔던 한국인 남편과 함께 국내에 들어왔지만 남편의 본처가 있어 호적에 이름을 못 올린 채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외국인'으로 생활해 오다 최근 국적을 신청, 귀화 허가를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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