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가 문제된 BBK의 실 소유자였다.", "아니다. 사기꾼 김경준의 거짓말이다." 올 대선의 후보검증은 누가 대통령에 더 적임자냐가 아니라 누가 거짓말쟁이인가 하는 진실공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논쟁에서 독자적인 분석과 판단을 배제하고, 양쪽의 말을 전하는 것으로만 끝나기 일쑤인 뉴스는 이런 상황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뉴스는 거꾸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지난 20일 SBS 8시뉴스에 따르면 김경준 씨의 누나 에리카 김 씨가 우리 시간으로 21일 새벽 미국에서 이명박 후보와 BBK간의 관계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그런데 21일 기자회견을 연 사람은 에리카 김 씨가 아니라 김경준 씨의 부인 이보라 씨였습니다. 이 씨는 이 후보가 BBK를 소유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한글 계약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기자회견을 예고했던 에리카 김이 끝내 회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도하면서, 그가 '모습을 감춘'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는 개인사정 등 몇 가지 이유를 추측했습니다. 그러나 에리카 김 씨가 회견에 참석한다는 것은 보도진의 착각이었다는 점을 20일 뉴스 스스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20일 뉴스는 에리카 김 씨가 LA지역 각 언론사에 팩스를 보내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고 보도했는데, 뉴스 화면에 비친 팩스의 발송자는 '에리카 김'이 아니라 '김경준 가족'이었습니다. 에리카 김 씨의 회견은 처음부터 예정에 없었던 것입니다.
진실공방이 오래 끌면서 시청자들은 BBK가 이명박 후보의 대선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지난 18일 SBS 뉴스에 따르면 1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41.4%로 지난 8일 실시한 여론조사의 이 후보 지지율 40%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SBS 뉴스는 그 이후 지난 23일까지 여론의 추이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았고, 여론주도층의 생각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가에 대한 보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론조사에 따라 이 후보 지지율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BBK 의혹에 대한 한나라당 측의 반박이 여기저기서 허점을 드러냄으로써 이 후보 지지층이 일부 흔들리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지난 21일 실시한 <조인스> 풍향계 여론조사에는 이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일주일 전에 비해 8.5% 포인트가 빠진 35.9%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BBK가 앞으로 대선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후보등록을 앞둔 이번 주말이 고비"라는 전망 이상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BBK가 ‘지금’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하는 것은 심층취재를 통해 뉴스가 충분히 추적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해야 합니다. 뉴스비평, 이번에는 SBS 뉴스의 연속보도, 대선후보들의 주요 공약 비교 분석을 살펴봅니다.
SBS 뉴스가 지난 17일부터 교육, 부동산, 경제정책, 대북정책, 외교통상 등 분야별로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비교 분석하고 있는데, 내용이 충실하고 초점이 분명하여 방송뉴스도 깊이 있는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현 정부의 정책과 후보들의 정책을 비교하여 좌표에 배치하고, 여론조사 결과와 후보 공약을 비교하는 등의 내용이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뉴스가 정책 방향에 대해 후보들이 주창하는 말을 넘어 실제정책의 선택을 대비한 것은 후보선택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뉴스가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서로 모순되는 응답을 아무런 설명 없이 후보들의 공약과 대비시킨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교육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는 정부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50.1%, 평등성과 수월성 가운데 평등성 강화 쪽이 57.2%로 나타났습니다. 반면에 같은 여론조사에서 대입 본고사 부활은 64.9%가, 고교등급제는 50.1%가 찬성하는 것으로 응답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여론은 정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와 반대방향인 본고사 부활에 찬성하고, 평등성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와 반대방향인 고교등급제를 찬성한 것입니다. 뉴스는 이 여론조사의 결과를 아무런 해석 없이 그대로 후보 공약에 대입시킴으로써 권영길 후보와 이명박 이회창 후보 등 진보와 보수진영의 세 후보가 모두 여론에 가까운 공약을 내놓았다고 분석한 것입니다. SBS 8시뉴스는 지난 18일 멧돼지를 상대로 사냥개를 훈련시키는 장면과 실제로 멧돼지를 사냥하는 장면을 보도했습니다. 본격적인 사냥철이 시작되었다는 말로 시작된 이 뉴스는 개들이 멧돼지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메인뉴스 시간에 방영할만한 가치가 있는가, 그리고 더 나아가 이것이 뉴스로서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가를 먼저 생각했어야 합니다.
SBS 뉴스는 현재의 대선판도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뉴스의 진정한 역할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뉴스는 '안개 속'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안개 속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뉴스는 사실에 머물지 말고, 분석과 판단을 통해 진실에 이르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