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조계사에서 열린 불교계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는 사실상 후보단일화를 둘러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간 '탐색전' 성격을 띠었다.
전날 문 후보가 공개토론회를 제안하고 정 후보도 수락 의사를 밝힌 가운데 행사 초청을 받았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토론회 형식을 문제 삼아 불참을 통보했고 무소속 이회창 후보도 일정상의 이유로 불참하면서 자연스레 화두가 양자간 후보 단일화로 모아진 것.
두 후보간 '맞짱토론'은 이번이 처음으로 두 후보 모두 공교롭게도 가톨릭 신자이기도 하다.
반가운 악수로 토론회를 시작한 두 후보는 이명박, 이회창 후보에 대한 협공전선을 펴며 공조를 취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단일화와 관련해선 정 후보가 '구애'를 계속한 반면 문 후보는 정 후보의 "실정에 대해 석고대죄부터 하라"고 압박, 신경전이 계속됐다.
그러나 정 후보가 문 후보의 실정 사과에 대해 고개를 숙였고 문 후보도 사과를 전제로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본격적 협상을 위한 활로 모색도 이뤄져 향후 논의 진전 여부가 주목된다.
먼저 정책선거 실종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정 후보가 "야당이 제대로 검증해 부정비리에서 자유로운 후보를 내놨으면 이렇게 안됐을 텐데 야당 책임이 크다"고 한나라당을 겨냥하자 문 후보는 "여당 책임도 굉장히 크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후보는 "한 분은 10년전 외환위기로 국가파산 사태를 선포하고 IMF 원죄를 가진 당의 총재였고 또 한분은 당시 현대그룹 회장으로, 외환위기를 초래한 분들이 다시 정치에 나오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라면서도 "오죽하면 나왔겠느냐. 여당이 제대로만 했어도 절대 나올 수 없었다"고 정 후보를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이제 새로운 전문가들이 이끌 수 있도록 책임있는 양쪽이 모두 물러나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책임이 있다"면서 "이번 대선의 시대적 의미는 경제를 살리되 이명박 후보식도 아니고, 일자리 감소, 비정규직 양산을 초래하고 재벌에 포위돼 삼성비자금 사태를 방치해 국민들을 분노케 한 열린우리당식도 아닌 사람 중심, 중소기업 중심의 새로운 경제"라고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정 후보는 "문 후보의 중소기업 중심 경제에 200% 공감한다. 운하를 파도 일자리는 생기지만 전부 삽드는 토목 일자리에 젊은이들이 가겠는가"라고 화답한 뒤 "문 후보님, 정말 간절히 만나고 싶었다. 오늘 아침 당에 정책의 공통점, 다른 점을 놓고 문 후보측과 협상해달라고 부탁했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면서 "부처님의 '가피'(부처가 자비를 베풀어 중생에게 힘을 준다는 뜻의 불교용어)로 오늘 자리가 만들어졌다"면서 "오늘 들어보시고 공통점이 많으면 단일화해달라. 현재까지는 공통점이 많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 후보는 "제가 도와서 될 일이 아니다"고 일축한 뒤 "정치인이 정치만 생각하면 안되고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국민은 단일화가 아닌 실정에 대한 원인 설명과 재발방지를 듣고 싶어한다"며 "정말 국민을 생각한다면 석고대죄하고 기득권을 버리고 정권에 대한 야망을 버려라. 먼저 용서를 구하라"고 싸늘한 답변을 내놨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민생 경제의 양극화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데 대해 다시 사과드린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하지만 과거세력에 나라를 맡길 수 없다. 지난 10년간 정치가 깨끗해 졌으며,이번 대선은 지난 5년을 결산하는 선거가 아닌, 앞으로 5년 청사진에 대한 선거"라고 재삼 연대와 협력을 부탁했다.
문 후보는 "정 후보 말씀대로 과거로 돌아가선 절대 안되지만 10년간 잘한 일 못지 않게 잘못한 일이 더 많다. 부패를 오랫동안 끼고 산 것 아닌가"라며 반박한 뒤 "과거도 현재도 버리고 미래로 날아갈 전문가, 기업 그룹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국민 앞에 먼저 용서를 구한다면 새로운 시대를 원하는 모든 세력에게 대선 전이든 후든 개방해놓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두 후보는 'BBK 의혹'과 관련, "분명한 것은 사기꾼과 동업했다는 것으로,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국민은 뭐가 되느냐"(정동영),"사기를 당했든, 공범이든 후보 자격이 없다. 5년간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문국현)이라고 협공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