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대통령 왕조론'으로 인해 고전할 우려가 있다고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대통령 왕조론이란 부시가와 클린턴가가 연이어 대통령직을 '나눠먹기'하는 상황을 빗댄 표현.
만약 힐러리가 내년 대선에 당선된 뒤 연임에 성공한다면 부시-클린턴-부시-클린턴으로 이어지는 집권 기간이 28년에 달해 '왕조'라는 말도 어색하지 않다.
보수주의 운동가이며 친부시 인맥으로 분류되는 그로버 노퀴스트는 이러한 대통령 왕조론을 힐러리 의원 공격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남편과 아내가 번갈아가며 대통령을 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이집트나 시리아, 북한의 지도자들에게 '당신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줘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노퀴스트는 변호사들을 고용, 선거나 임명을 통한 가족 구성원간 권력 계승을 금지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물론 이러한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중간에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끼어있는 클린턴 부부에게는 적용되지 않겠지만, 적어도 유권자들에게 '대통령 왕조의 위험성'을 일깨울 수는 있다는 것이 노퀴스트의 계산이다.
노퀴스트는 또 "미국인들은 퇴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힐러리 의원은 남편의 선거 공약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클린턴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힐러리 의원에 대해서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아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그 반대급부를 누리는 경우도 있다.
버락 오바마 의원을 지지한다는 한 유권자는 "나는 빌 클린턴을 지지하지만, 힐러리 의원은 유권자들 사이의 분열을 일으킨다"면서 "나는 우리를 단결시킬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말했다.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스캔들의 망령'도 오바마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담당했던 페기 누난 월스트리트저널(WSJ) 논설위원은 오바마 의원이 부시-클린턴-부시-클린턴으로 이어지는 '대통령병'을 고칠 수 있는 민주당 인사로 부상하면서 공화당 지지자 및 부동층으로부터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누난 논설위원은 "부시가와 클린턴가 인물들에 대한 지지는 '익숙함'에 기인한 현혹의 결과"라면서 "그러나 왕조주의(dynasticism)는 퇴보와 낙심만을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