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미국 과학자들이 '재밌는 실험'을 했다.
실험 대상은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부동층.
연구팀은 부동층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관찰했다.
연구팀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남녀 유권자 각각 10명씩 20명을 대상으로 정치적 선호도를 조사한 뒤 이들의 뇌활동을 fMRI로 한 시간 가량 관찰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특수 제작된 고글을 쓰게 하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공화당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대선 후보들의 사진과 연설 영상을 보여준 뒤 다시 조사를 했다.
실험 결과 유권자들은 공화·민주당 등 정치권에 '위기(peril)'와 '희망(promise)'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원, 공화당원, 무소속의원 등 세 단어를 실험 참가자들에게 보여주자 근심 걱정과 연관있는 것으로 알려진 편도체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남성 유권자들의 경우 공화당원이라는 단어를 보여주자 근심 걱정, 혐오감과 관련있는 편도체와 뇌섬엽(insula)의 활동이 특히 활발해졌다.
그러나 소망, 보답 등과 관련된 뇌부위에서도 반응을 보여 유권자들이 정치권에 우려와 함께 일부 희망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층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 후보는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클린턴 의원이었다.
클린턴 의원을 비호감이라고 답한 유권자들에게 클린턴 의원의 사진을 보여주자 선택을 강요받았을 때 나타나는 감정을 관장하는 '전방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의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클린턴 의원을 비호감으로 생각하긴 하지만 자신들의 이런 판단에 맘이 완전히 편치는 않다는 것.
따라서 클린턴 의원이 유권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완화시킨다면 부동층으로부터 충분히 지지를 끌어낼 수도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재미있는 것은 클린턴 의원과 줄리아니 전 시장에 대한 남녀 유권자들의 반응.
남성 유권자들은 처음에는 클린턴 의원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클린턴 의원의 연설 영상을 본 뒤 클린턴 의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반면 여성 유권자들은 클린턴 의원에게 큰 관심을 보였지만 연설 영상을 본 뒤 관심이 줄어들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의 경우 남성들은 줄리아니 전 시장의 사진에 큰 반응을 보였지만 연설 영상을 본 다음에는 관심이 줄어들었다.
반면 여성들은 줄리아니 전 시장의 연설 영상을 본 뒤 줄리아니 전 시장에게 마음이 쏠렸다.
공화당 후보로 나선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지사는 잠재력있는 '다크호스'로 꼽혔다.
실험 참가자들은 대선 후보들 가운데 롬니의 연설 영상을 본 뒤 뇌활동이 가장 활발해졌다.
롬니의 사진은 유권자들에게 우려를 불러일으켰으나 그의 연설 영상은 이러한 우려를 말끔히 해소시켰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아직 멀었다'는 평가다.
이들의 사진과 연설 영상을 본 유권자들이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
오바마 의원과 매케인 의원이 부동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이번 연구에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시멜 신경과학연구소'의 마르코 이아코보니, 조슈아 프리드먼, 펜실베이니아대 '아넨버그 공공정책센터'의 캐슬린 홀 재미슨 등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연구결과를 12일자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지에 기고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