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9일 서울 세실레스토랑에서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등 민주화운동의 재야원로 30여 명과 오찬을 함께 했다.
범여권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깨끗한 이미지를 지닌 재야원로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들로 부터 지혜와 용기를 구하고 '반부패' 진영의 대표주자임을 각인시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무소속 이회창 총재와의 차별성을 드러내겠다는 목적에서다.
그러나 재야원로들 앞에 선 정 후보는 어느 때보다 착잡한 표정이었다. 신당의 후보로 확정된지 20일 이상 지났지만 10% 초중반대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의 포인트를 잡지 못한 어려운 상황에서 원로들을 만난데 대한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듯했다.
정 후보는 "송구스럽다는 말을 먼저 올려야겠다"며 "정동영이가 부진한 바람에 수구보수세력이 강성해진 결과를 제공했다. 더 성심껏 잘해야 하는데 자괴감이 있다"고 몸을 낮췄다.
정 후보는 "12월 선거는 단순히 개인후보나 특정정당의 실패를 넘어서서 역사의 후퇴냐, 전진이냐를 결정짓는 분수령"이라며 "많이 모자라고 내세울 것도 없고 부족하지만 바윗덩어리같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어떻게 이뤄낸 승리인지 왕왕 잊었다는 점을 고민한다"며 "청와대도 그랬고 당도 그랬다. 뼈아프게 반성하면서 항상 그 정신으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근태 선대위원장도 "어르신들을 보면서 고향에 돌아온 느낌도 들지만 솔직히 말해 돌아온 탕자의 심정"이라며 "염치없고 죄송하지만 지난 시기 그랬던 것처럼 용기를 불어넣어줄 것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야원로들은 이구동성으로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민주평화세력의 단합이 필요하다면서 정 후보를 격려했다. 이들은 오는 15일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도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함세웅 신부는 "70년대 명동성당에 찾아와 '신앙인들도 독재시대의 불의와 맞서싸워야 한다'고 했던 정동영 대학생의 말에 감동을 받았다"며 "2007년 대선에서 민주와 자유를 숭배하고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터놔야 한다. 좋은 뜻을 계승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 인사들은 "범여권이 너무 BBK에 기대하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상황을 보면 사회적 모순을 타파하기 위한 열정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수구세력의 공격에 대한 대응이 미약하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저녁 도곡동 ㈜레인콤을 방문해 대.중소기업의 상생을 토대로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내용의 '중소기업 강국 프로젝트' 일정을 수행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