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 한국의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VWP) 가입이 가능할까.
한국의 VWP가입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지지 발언, 비자거부율 기준을 3%→10%로 완화한 미국 관련 법 통과 등을 계기로 바짝 가까이 다가온 듯 했다.
VWP가입 희망 국가들 중 한국이 '통과 기준'에 가장 가까이 와 있다는 평가에도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6~7일 서울에서 진행된 VWP기술협의회 등을 계기로 본 외교가의 평가는 '결코 시간문제로 볼 일은 아니다'는 것이다.
오히려 미국의 VWP 관련 법 개정 후 일이 더욱 복잡해졌다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VWP 현대화법'은 VWP가입 기준 중 가입 희망국의 당해 연도(회계연도) 미국 비자거부율을 종전 3%에서 10%로 완화, 최근 수년간 3.5% 안팎을 유지했던 한국로선 중요한 골칫거리 하나를 떨치게 됐다.
그러나 VWP 현대화법은 VWP가입의 필수 요건으로 도난.분실 여권 통보협정 체결, 여행자 정보공유 협정 체결, 불법체류자.범법자 추방 협조, 전자여행 허가제(ETA) 도입 협조 등을 필수 요건으로 가입 희망국에 요구하고 있다. 개별 국민들에 의해 결정되는 비자거부율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대신 정부 차원에서 해야할 보안 관련 조치들을 크게 강화한 셈이다.
아울러 필수는 아니지만 재량적 요건으로는 공항보안기준 충족, 항공보안요원 제도 도입, 여권 및 여행자 문서 기준 충족, 대 테러전 협력 등이 VWP 현대화법 통과를 계기로 새로 생겨났다.
종전 난제로 부각됐던 전자여권 도입의 경우, 정부는 국회 계류중인 여권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내년 초 시범발급을 거쳐 내년 중순께 전면 발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여권 부분도 생체정보인 지문을 칩에 저장하는 것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일각의 반발이 있긴 하지만 그 보다는 미국과의 여행자 정보공유 문제가 더 큰 난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측이 가입조건으로 요구하는 정보공유 협정 체결은 주로 양국 여행자의 범죄 경력 확인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최전선에서 수행 중인 미국 입장에서는 상당한 중요성을 부여하는 영역이다.
그러나 한.미간 정보공유가 국내법인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점, 여행자들의 범죄 정보 등이 미측에 제공되는데 대한 우리 국민들의 반발 가능성 등 국내적으로 극복해야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사안의 복잡성을 감안한 듯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지난 달 25일 한 대학 강연에서 한국의 VWP 가입 가능 시기와 관련, "2009년 초 또는 2008년 말이 될 것"이라며 '2009년'을 먼저 언급했다.
내년 중 가입이 쉽지 않은 일임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VWP 가입 후 우리 국민이 조기에 혜택을 볼 수 있느냐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명쾌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미측은 VWP 가입 후 전자여권을 소지한 우리 국민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다는 입장이어서 전자여권 보급 속도가 VWP의 혜택이 얼마나 빨리 국민들에게 돌아갈지 여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이와 관련, 정부는 전자여권 도입 후 기존 여권 유효기간이 남아 있는 우리 국민이 미국 무비자 입국을 위해 전자여권으로 교체를 신청할 경우 이를 허용할지 여부에 대해 아직 입장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