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낸뒤 동승자를 운전자로 '바꿔치기' 했다면 뺑소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김모 씨는 2005년 11월 친구인 한모 씨와 함께 술을 마신 뒤 한씨를 차에 태우고 운전하다 중앙선을 침범, 마주오던 이모(여)씨의 승용차를 들이받아 2주간의 상해를 입혔다.
김 씨는 그러나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자신이 운전자임을 밝히지 않았고, 한 씨와 합의하에 한 씨가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한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9%로 측정됐다.
하지만 이후 피해자들의 신고로 김 씨가 운전자였던 사실이 탄로났고, 경찰은 뒤늦게 한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기준으로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0.083%로 추정했다.
그리고 김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김 씨의 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에 대해 원심과 같이 유죄로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운전자가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했는데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 장소를 이탈해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 특가법상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피해자들의 상해와 관련해 피해자들을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도 동승했던 한모 씨가 운전하고 자신은 동승자에 불과한 것처럼 행세함으로써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했다"고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그러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김 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를 0.083%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알코올의 체내흡수율과 비만도·나이·체중·평소 음주정도·체질 등에 따라 개인마다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한 씨의 농도를 기준으로 김 씨의 농도를 추산하려면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김 씨와 한 씨의 모든 요소들이 같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김 씨에게 가장 유리한 요소들을 토대로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한다면 음주운전 처벌기준인 0.05%보다 낮은 수치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