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상징하는 문화 코드로 첫 손 꼽히는 국보 제121호 하회탈이 잃어버렸던 '별채탈'로 추정되는 탈의 발견으로 다시금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려시대인 12세기 중엽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안동 하회탈은 모두 13종류 14개.
이 가운데 양반, 선비, 할미, 각시, 중, 백정, 초랭이(양반의 하인), 이매(선비의 하인), 부네(기생), 주지(2개) 등 10종류 11개탈만이 남아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사람들 입으로만 전해질 뿐 그 존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은 별채, 떡달이, 총각 등 3개.
이번에 일본에서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탈이 바로 '별채'탈로 별채는 고려시대 환곡을 거둬들이던 하급관리를 이른다.
별채는 하회별신굿탈놀이 일곱번째 마당인 양반선비마당 맨 마지막 부분에 나타나 "환재(환곡) 바쳐라!"라고 크게 한 마디하는 역할이 전부다.
양반과 선비의 위선을 풍자하고 조롱하는 이 마당이 끝날 무렵 느닷없이 나타나 '빌려간 곡식을 이자를 쳐서 갚으라'고 외치면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혼비백산해 자리를 뜨는데 당시 환곡 제도의 폐해로 고통을 겪던 백성들의 처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렇게 짧은 역할이지만 지금까지는 별채탈이 전해지지 않아 이매(선비의 하인)탈이 그 역할을 대신해 왔다.
잃어버린 또 하나의 탈인 '떡달이'는 다섯번째 할미마당에 나오는 우둔하고 어리석은 사람으로 여기서 떡달이는 가부장적인 사회를 통렬히 풍자하는 할미와 천연덕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잃어버린 탈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바로 '총각'탈이다.
하회탈 만드는 모습을 몰래 들여다 본 처녀 탓에 저주를 받아 피를 토하고 죽었다는 전설 속 허도령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총각탈은 별신굿탈놀이의 마지막 부분인 아홉, 열번째 혼례, 신방 마당에 등장하는데 허도령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처녀(각시탈)와 영혼 결혼을 올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에 일본에서 발견된 탈이 별채탈로 밝혀지면 잃어버린 하회탈은 떡달이, 총각 등 2개로 줄어든다.
하회마을에는 '일본 사람이 하회탈을 가져갔다'는 얘기가 수 백 년 동안 전해오고 있는데 이번 일로 잃어버린 하회탈 3개를 모두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어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관계자는 "여러 정황으로 봐서 잃어버린 하회탈 3개가 임진왜란을 전후해 일본으로 건너갔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라며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900살 먹은 하회탈이 수백 년 이산의 역사를 끝내고 한 자리에 모여 신명나는 춤사위를 펼쳐보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라고 말했다.
(안동=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