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돈줄'을 철저하게 틀어쥘 태세다.
매번 대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불법 대선자금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당 선거대책위원회 실무진과 재정국에 "법정한도 내에서 선거자금을 집행하라"는 엄명을 내리고 선거비용을 최소화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
당 안팎에서는 대기업 CEO 출신으로 재산신고액만 300억 원이 넘는 이 후보가 자칫 돈과 관련된 구설수에 휘말릴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 미리 '방화벽'을 쌓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의 돈 안쓰는 선거 방침에 따라 이번 대선에서는 법정 제한액인 465억9천300만 원(유권자수×950원)보다 턱없이 적은 400억 원 이하의 선거비용을 사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2년 대선 직후 선거비용으로 법정한도액(341억8천만 원)의 66%인 226억3천만 원을 사용했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으나 이후 당시 이재오 사무총장이 기업에서 받은 불법대선자금이 490억 원에 달한다고 시인하는 등 사실상 '공개된' 선거비용은 700억~800억에 달했었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는 선거비용을 5년 전에 비해 절반 가량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으로, 당시 불법 대선자금이 공개된 것보다 훨씬 많았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400억 원'은 파격적인 수치라고 이 후보측은 강조했다.
이같이 예상 선거비용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당에서는 이를 어떻게 조달할 지를 놓고 벌써부터 고민에 빠졌다.
현재 당에 남아있는 잔고 약 80억 원에 다음달에 지급받는 올 4.4분기 국고보조금 예상액 약 28억 원과 선거보조금 약 113억 원, 예상 당비 모금액 약 30억 원 등을 합쳐도 250억 원에 불과해 나머지 150억 원은 '특별대책'을 세워야 하기 때문.
이 후보측은 대선 전까지 '당비 배가운동'을 통해 수입을 늘리는 한편 나머지 비용에 대해서는 대출이나 외상으로 해결한 뒤 선거 후 사후보전을 받아 갚는다는 계획.
현행 선거법상 후보자가 유효득표의 15% 이상 지지를 얻으면 선거비용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처럼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비용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게 된 것은 지난 대선 이후 정당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지구당과 합동연설회 등이 사라져 공식적으로는 '조직 비용'이 사실상 필요 없게 됐기 때문.
아울러 지난 2004년 정치자금법이 개정돼 기업과 단체후원이 일체 금지된 점도 '구두쇠 전략'을 수립케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당 사무처 관계자는 "현행 선거법은 수백억원의 법정 선거비용 한도액을 정해놓고 이를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은 대부분 제한하고 있어 모순적인 요소가 크다"면서 "후원회 등은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한 측근도 "이른바 '오세훈법'으로 불리는 현행 정치자금법이 과거 수조원으로 추정됐던 대선비용을 크게 줄인 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